[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요즘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일반인에게는 ESG(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라는 용어가 더 익숙한데, 요즘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므로 언젠가 다른 용어로 변경될 수 있다. 따라서 일시적 유행일 수 있는 ‘ESG’라는 용어보다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ESG 중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주제는 Environmental(환경)이고, 그중에서도 온실가스배출량 공시가 가장 중요한 이슈다. 감축대상인 온실가스는 교토의정서에서 제시한 7가지의 물질(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을 말하는데, 7가지 물질의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이산화탄소환산량(CO2e)’으로 측정하여 온실가스 감축량을 논의한다. 그러다 보니 ‘온실가스배출량’이라는 용어 대신에 ‘탄소배출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온실가스배출량은 다시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보일러나 공장에서 직접 방출하는 ‘직접 배출량(Scope 1)’과 기업이 매입한 전기, 스팀 등으로부터 간접 배출한 ‘간접 배출량(Scope 2)’, 간접 배출량 중 스코프 2에 속하지 않는 ‘기타 간접 배출량(Scope 3)’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기타 간접 배출량’에 해당하는 ‘스코프 3(Scope 3)’이다. 스코프 3는 ‘공급망 배출량’에 해당하며, 기업의 가치사슬 내에서 배출되는 모든 온실가스배출량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스코프 3 온실가스배출량 측정을 위해서는 당해 기업의 온실가스배출량만 측정해서는 안 되고, 가치사슬 내 협력업체의 온실가스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스코프 3 공시와 관련해서는 적용대상의 문제(즉, 모든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할지, 중요한 협력업체만을 대상으로 할지의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가치사슬의 정의 문제, 측정의 문제, 공시 시기의 문제, 인증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스코프 3 공시와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지면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온실가스배출량은 전통적인 회계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왜 회계에서 온실가스배출량을 얘기할까? 회계에서 온실가스배출량을 논의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온실가스배출량의 측정 자체는 다른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재무제표의 정보와 연계되어 공시되므로 지속가능성 공시는 회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온실가스배출량은 지속가능성 공시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회계에서 온실가스배출량을 다루게 된다.
둘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의 설립과 관련된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정하는 IFRS재단이 ISSB를 설립하여 국제지속가능성기준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회계기준원 내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Korea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를 설립하여 ISSB 기준의 도입과 우리나라 지속가능성기준의 제정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동안 수백 개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존재하여 혼란스러웠는데, ISSB의 설립으로 점차 정리되고 있으므로 회계에서도 온실가스배출량은 중요한 주제다.
온실가스배출량, 특히 스코프 3 공시와 관련된 기업의 걱정도 이해된다. 그러나 국제적 흐름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무조건적 저항보다는 우리나라 기업에 기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 유리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제정되도록 기준 제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유럽이나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되거나 유럽이나 미국 규정에 의해 지속가능성 공시를 해야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스코프 3 공시를 우선 적용하여 노하우를 쌓고, 이를 다른 기업과 공유하여 기업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경험도 중요하게 활용해야 한다.
기업이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물려주는데 기여하고, 사회책임을 다하고, 좋은 지배구조를 갖도록 지속가능성 공시가 대세가 된 지금, 기업과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업계, 한국회계기준원,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