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신영증권(001720)이 대표주관사를 맡고 있는 자람테크놀로지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상장 절차에 다시금 착수했다. 지난해 9월과 11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단기간에 상장 추진과 계획 철회를 반복하는 것이 이례적인 만큼 대표주관사인 신영증권의 평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어 자람테크놀로지의 성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과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 19일 금융위원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신영증권 본사. (사진=신영증권)
앞서 신영증권과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상장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10월 수요예측을 앞두고 IPO 시장 침체를 이유로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12월에는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지만 저조한 경쟁률로 또다시 상장 계획을 미뤘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자람테크놀로지는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14일 기술평가기관 두 곳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고 이후 9월29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획득했다. 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6개월간 유효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이 증시 입성의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이에 대표주관사를 맡은 신영증권이 삼수 끝에 자람테크놀로지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IPO 시장에서 이번처럼 단기간 내에 수차례 상장 추진과 철회를 반복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대표주관사는 상장기업과 협의를 통해 실사 및 기업가치 산정, 서류작성, 기업과 시장 사이 적정 공모가 산출, 상장시기 결정 등 상장전략 수립부터 증시 입성까지 전체 과정을 지원한다. 자람테크놀로지가 세 번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증시 입성에 끝내 실패한다면 대표주관사인 신영증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신영증권은 IPO 시장에서 대형 하우스는 아니지만 해마다 1~4개 기업의 상장주관실적을 꾸준히 쌓으면서 경쟁력을 다져왔다. 특히 신영증권이 상장주관사를 맡은 기업의 주가는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대체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는 역대급 대어로 꼽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성과도 거뒀다. 2월에는 IB부문 내 기업금융본부 산하에 있던 ECM부를 ECM본부로 승격시키고 그 아래에 ECM1·2부를 두면서 IPO와 유상증자 등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하지만 자람테크놀로지가 단기간에 두 차례 상장을 철회하면서 신영증권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단기간에 세 차례나 상장 절차에 착수했음에도 최종적으로 상장이 불발되면 신영증권의 평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상장을 성공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다.
신영증권과 자람테크놀로지는 이번 세 번째 상장추진 과정에서 2024년 추정 매출액을 보수적으로 재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모가도 기존 2만1200~2만6500원에서 1만6000~2만원으로 낮췄다. 자람테크놀로지의 주력 사업은 통신반도체 관련 사업인데 5G통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기관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유통물량도 대거 줄였다. 기존 주주들의 구주매출을 없애고 1~6개월의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공모물량도 100만주에서 93만주로 낮췄다. 기존에는 전체 주식의 21% 정도가 상장 당일부터 유통 가능했지만 새로운 증권신고서에 따라 14% 수준의 물량만 상장 당일 유통이 가능하게 됐다. 구주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 변동성 우려를 해소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도 IPO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에 신중한 기조를 보이면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어 자람테크놀로지의 수요예측 흥행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상장한
미래반도체(254490)와
티이엠씨(425040)는 모두 반도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미래반도체는 938.3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한 반면 티이엠씨는 3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게다가 자람테크놀로지의 이전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했던 데다 두 차례나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시장의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했던 만큼 이를 극복하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영증권이 기대할 수 있는 인수수수료도 낮아지게 됐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9월 증권신고서를 기준으로 9억8262만~12억2827만원의 인수수수료 수익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모규모와 공모가가 모두 낮아지면서 올해 1월 증권신고서 기준 예상 인수수수료는 6억8968만~8억6211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인수금액의 1.0% 이내에서 지급받기로 한 인센티브 수취도 장담하기 어렵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갖춘 만큼 이번 상장이 불발된다면 향후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하는 대신 실적을 토대로 하는 일반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자람테크놀로지는 대다수의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적자를 내는 것과 달리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17억원, 2020년 8000만원, 2021년 3억원, 2022년 3분기에는 누적 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01년 설립 이후 2004년과 2013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꾸준히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차입경영을 실시하고 있어 재무안정성도 우수하다. 자람테크놀로지의 2021년 기준 유동비율은 819.4%, 부채비율은 11.5%로 업종평균(유동비율 166.5%, 부채비율 17.8%) 대비 매우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IB업계에서는 수익성을 높이고 상장 절차에 재돌입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자금조달 규모보다는 상장 완주에 중점을 둘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자람테크놀로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장사가 되면 고객사와 안정적 거래를 지속하고 신규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올해 초 IPO시장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 상장을 다시 추진하게 됐으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유통물량을 줄이고 공모가도 낮췄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