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메쉬코리아 인수 눈앞…내부 합의에 자금력도 '충분'
19일 이사회서 친 hy 이사진 교체 예정…채권자 OK캐피탈도 반대 명분 없어
2021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 3400억원…인수금 800억원 및 추가 투입도 가능
공개 2023-01-19 06: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hy(구 한국야쿠르트)가 배달대행업체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인수를 눈앞에 뒀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hy의 자금 여력이 충분한 데다 원매자 합류 자체가 사내이사진의 내부 합의 후 진행된 것으로 판단돼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쉬코리아는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김형설 부사장으로 대표이사를 변경하는 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사내이사진은 지난 6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에서 대표이사 변경 건과 hy가 800억원에 메쉬코리아 지분 65%를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사진=메쉬코리아)
 
현재 메쉬코리아는 OK캐피탈에 빌린 주식담보대출 360억원에 더해 100억원 상당 금융부채가 있다. 여기에 약 80억원의 조세채권과 매월 상거래채권까지 더해져 전체 채무액만 8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hy 제시 금액이 이 채무액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과 사내이사진과 함께 ARS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미 양측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창업자인 김 부사장은 공학박사 출신으로 현재 메쉬코리아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고 있다. 유정범 현 메쉬코리아 대표이사는 학력위조 의혹과 고금리 대출로 경영권 방어 등으로 논란이 됐다. 
 
hy는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y는 2021년 말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1089억원, 단기금융상품 1742억원, 매도가능증권 591억원으로 현금성자산만 3400억원대다. 부채비율은 42.5%이며, 순차입금의존도도 마이너스 23.1%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hy가 메쉬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추가자금 투입도 보유현금만으로 가능할 전망이다. 
 
hy는 이번 메쉬코리아 인수로 종합식품회사에서 벗어나 라스트마일(물류 배송 마지막 단계)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hy는 메쉬코리아를 인수하면 양사가 각각 600개씩 보유한 총 1200개의 영업거점을 활용한 배송 품목 다양화와 IT역량 강화 등의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배달대행 사업으로 시작해 2013년부터 10년여 동안 총 176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물류에서 중요도가 높아지는 라스트마일 특화 기업으로 네이버(NAVER(035420))(18.48%), GS리테일(007070)(18.46%), 현대차(005380)(8.88%), 솔본인베스트먼트(7.51%) 등 유수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높은 배달대행지급수수료의 벽을 넘지 못해 수익구조 창출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실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과 2021년 말 영업수익은 2564억원에서 3039억원으로 18.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78억원에서 368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173억원에서 291억원으로 손실 폭이 118억원이나 늘었다. 버는 만큼 지출이 발생해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자 당초 1조~8000억원으로 평가되던 기업가치도 현재는 1000억원 안팎으로 축소된 상태다. 기업가치 축소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초 유 대표이사(14.82%)와 김 부사장(6.18%)은 보유 지분 전량인 21%를 담보로 OK캐피탈에서 36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OK캐피탈은 대출금을 약속 날짜에 회수하지 못하자 지난해 12월 서울회생법원에 유진로지스틱스의 자회사 유진소닉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사전회생계획(P플랜)을 신청한 바 있다. 이후 메쉬코리아는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서울회생법원도 OK캐피탈의 P플랜보다 사내이사진과 hy의 ARS안을 선택할 가능성 높다고 판단한다. 법원이 기업회생제도 심사에서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가 기존주주 피해 최소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OK캐피탈 쪽이 P플랜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또다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OK캐피탈이 대출금을 받지 못해 일어난 분쟁이라는 점에서 hy가 원금과 이자까지 갚아주면 문제 삼을 일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유진로지스틱스의 모회사인 유진그룹이 최근 다올인베스트먼트 M&A에 뛰어든 점도 hy에는 호재다. 그룹 내 관심이 분산되는 한편, 메쉬코리아 인수 대금 지원 여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M&A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ARS를 이 정도까지 추진했다면 hy와 사내이사진에서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 합의를 하고 딜을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hy는 현금보유량이 충분한 기업으로 회사와 메쉬코리아 인수로 시너지가 난다고 판단했다면 딜 성사 가능성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