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산업, 브릿지론 리스크 가중…유동성 관리 '첩첩산중'
복합적 요인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성 저하…브릿지론, 본PF 전환 속도 급감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탈사, 자본완충력·유동성 열위…내재된 리스크 부각
공개 2023-01-05 17:44:48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캐피탈 업계가 올해 브릿지론 부실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부동산금융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뤄왔는데, 금융환경 변화로 분양 경기가 침체하면서 자산의 건전성 저하는 물론 유동성 위험까지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국신용평가는 5일 진행된 ‘금융경색과 경기침체의 이중고, 역경의 2023년’ 웹캐스트에서 캐피탈 산업의 브릿지론 위험 수준에 대해 “올해 분양 경기에 따라 대규모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부동산금융은 크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동산담보대출로 구성되는데, 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은 본PF 이전 토지 확보 과정에서 필요한 브릿지론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금융당국 행정지도를 통해 특정 기준의 신규 브릿지론은 PF대출로 분류하기로 했으나 기존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없어 PF와 담보대출이 혼재된 상태다.
(사진=한국신용평가)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분양률 저하와 조달비용 상승, 시공비 인상 등 복합적 요인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의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속도가 급감했다”라면서 “지난해 하반기 만기도래 브릿지론 중 상당수가 본PF 결성에 실패해 기존 대주단 그대로 연장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차환금리가 크게 상승하는데 이는 차환 현장의 사업성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사업연장 지속 시에는 브릿지론 기한이익 상실 가능성이 증대한다”라며 “A급 이하 캐피탈사는 만기가 짧고 자본완충력과 유동성 대응 능력이 열위한 만큼 리스크가 내재한다”라고 부연했다.
 
A급 이하 캐피탈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브릿지론)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웰컴캐피탈 264% △오케이캐피탈 238% △한국투자캐피탈 166% △DB캐피탈 127% △키움캐피탈 110% △메리츠캐피탈 70% 수준으로 나타난다. 브릿지론 외에 부동산금융까지 더하면 수치가 더욱 커진다.
 
만기도래에 대한 부담도 늘고 있다. 분기별 만기도래에 대해 김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브릿지론의 73%가 만기도래”라며 “최근 3~6개월로 짧게 만기 연장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매 분기 만기도래 비중은 점차 누적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2.3%, 경기 24.8%, 인천 9.0% 등 수도권 비중이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운데 특히 대구(8.0%)와 부산(7.4%) 익스포저가 큰 편으로 평가된다. 대구 사업장의 경우 냉각된 분양 경기로 인해 연장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개별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면서 건전성에 부담일 뿐만 아니라 자산 회수가 줄어들면서 A급 이하의 유동성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라며 “일부 A급 이하 캐피탈사는 자체 재무 여력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계열의 적극적 재무 지원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캐피탈사의 유동성 능력은 단기적인 대응은 가능하지만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발행 환경 회복이 지연될 경우 A급 이하 캐피탈사에서 유동성 지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균 보유 유동성 현황은 지난해 9월 기준 AA급이 고유동성자산 6101억원, 미인출약정한도 4659억원 수준인 반면 A급 이하는 각각 2477억원, 716억원으로 나타난다.
 
김 연구원은 “캐피탈사 유동성 규제 지표인 3개월 만기도래 자산부채 비율이 150%를 상회하고 있어 단기 유동성 대응 능력을 보유했다”라면서도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A급 이하 캐피탈사 중심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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