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호반 품에서 정상화 플랜 가동 중…체질개선 속도낸다
자금 조달 이후 재무건전성 안정…실적까지 오르며 전망 밝아
LS전선과는 여전히 격차 벌어져…전선 사업 고도화 집중 전망
공개 2023-01-06 07:0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던 대한전선(001440)이 실적 정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선과 관련 없는 부동산 사업까지 벌이는 등 투자를 단행하며 위기에 빠졌지만, 호반그룹 인수 이후 재무건전성과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향후 대한전선은 해외 광케이블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해저케이블 사업에도 새롭게 진출해 성과를 도출하겠단 계획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과거 ABL 발행(사업다각화, 재무건전성 제고 목적)을 위해 설립했던 특수목적법인(SPC) '티이씨제이차' 지분 잔량을 청산했다. 지난해 자본잠식을 탈피한 대한전선은 전선 사업과 관련 없는 사업을 정리한 만큼, 향후 전선 사업 역량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과거 전선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들자 해외 전선업체에 지분 투자(프리즈미안)를 벌이고, 국내외 건설·부동산 업체에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지난 2007년에는 아파트개발 사업에 투자하면서 해외 부동산개발사업에도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2019년까지 순손실을 냈고, 2021년까지 납입 자본금보다 자본총계가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했다. 당초 대한전선은 티이씨파트너스(스포츠), 파인스톤리조트, 콩고 이동통신사, 홍콩 무역 법인 등의 다양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5년 이후 비핵심 계열사와 부실법인을 정리하면서 현재 전선 사업과 무관한 자회사는 전무하다. 현재 자회사로 포함돼 있는 대한씨엔에스의 경우 전선 사업을 시공하는 건설업체다.
 
 
특히 호반그룹 인수를 기점으로 대한전선의 상황은 역전됐다. 호반산업은 2021년 대한전선 인수를 결정하고, 특수목적법인(SPC) 니케와 지분 40%를 약 2518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대한전선은 지난해 3월 4889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2021년 말 4567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3월 279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66.4%에서 99.6%, 차입금의존도는 42.8%에서 25.3%로 각각 하락했다. 이를 통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6월 대한전선의 신용등급을 기존 BB+ 안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현재 대한전선은 국내외 전선 사업에 집중해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전선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영역인 해저케이블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대한전선은 2021년 8월 충남 당진공장에 광케이블 설비를 구축했고, 쿠웨이트에 현지 법인을 새롭게 설립했다. 쿠웨이트에선 올해 1분기 중 공장을 착공하고,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사우디에서는 알 오자이미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380kV급의 초고압 케이블 전력망을 현지에서 생산해 중동 전역에 공급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등 현지에 중저압 케이블 생산 설비를 확충하기 위한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다.
 
추후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건설과의 시너지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3월 호반건설과 벤처투자조합을 설립하고,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손잡고 만든 ‘플렌에이치 오픈이노베이션 벤처투자조합 2호’는 건설업계 엑셀러레이터 법인인 플랜에이치벤처스가 운용한다. 1호는 건설, 스마트시티 관련 초기 스타트업 투자로 진행됐으며, 2호는 대한전선이 합류하면서 차세대 콘테크(ConTech) 기업과 스마트시티 스타트업 등을 포괄해 지원한다. 대한전선의 경우 중장기 경영전략인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과 유관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호반건설과 사업적인 접점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전선 당진 공장(사진=대한전선)
 
다만 전선업계 국내 1위인 LS(006260)전선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7966억원, 영업이익 285억원, 순이익 97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글로벌 수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매출이 1년 새 무려 31.42%가 증가했다.
 
그러나 LS전선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9.35% 증가한 5조3318.5억원을 기록하며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같은 기간 LS전선은 영업이익 1817억원, 순이익은 6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LS전선은 또한 해저케이블 사업 진출을 위해 KT서브마린 지분을 인수하는 등 차세대 먹거리인 해저, 고압분야에서도 일찌감치 기술 격차를 확보하고 있다.
 
권혁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성숙기에 접어든 전선 산업의 특성상 내수 성장 여력은 크지 않지만, 초고압전력선을 중심으로 대한전선을 비롯한 상위업체들의 과점구조가 형성돼 있어 현재의 경쟁구조가 유지될 전망”이라며 “다만 예상을 상회하는 대외변수(원자재 가격, 환율, 지정학적 변수 등)의 변화와 최근 추진 중인 해저케이블과 광케이블 사업 확장 등이 대한전선의 실적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티이씨제이차를 비롯한 과거 채무를 대부분 상환했으며 향후에는 주력 사업인 전선 시장에서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북미에서 연간 누적 수주 3억 달러를 달성하며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으며 향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해저케이블 시장 진출을 비롯해 중동, 베트남 등 해외 지역 설비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