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2023년도 실적 견고 전망…경기침체에도 유가 안정화
전쟁 지속, 노후 정제설비 폐쇄 영향…공급압박 지속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대규모 투자 완료 재무안정성 호조
공개 2022-12-27 19:02:52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내년 경기침체 예고에도 글로벌 정제설비 규모 축소와 대규모 투자 마무리로 정유업계 이익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정학적 리스크와 석유제품 수요 회복세, 노후 정제설비 폐쇄 등을 이유로 내년에도 정유업계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사진=한국신용평가)
 
국내 정유 가격을 결정짓는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은 올해 1~11월 평균 배럴당 10.9달러로 지난해 3.4달러보다 3배가량 높게 형성됐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주요 수익 지표로 분류된다. 정제마진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유 제품 부족 우려가 견인한 것으로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경유 공급 차질과 대체제인 등경유 수요 확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에너지 공급망 불안으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며 정제마진도 공급불안에 급등세를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 공급망 혼란이 국내 정유사에 우호적으로 작용해 2022년 1~3분기 누적기준 국내 정유업계 합산 영업이익 창출 규모는 1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가량 확대됐다.
 
경기침체 우려로 석유제품 수요가 다소 하방압력을 받을 전망이나 1년 가까이 이어지는 러시아 전쟁과 글로벌적인 정제설비 규모 축소 등으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내 일부 정유사는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해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제설비 규모 축소는 에너지 전환정책 추진 과정에서 유럽의 빅오일 기업(Total Energies, BP, Shell 등)들을 중심으로 향후 설비 투자액이 점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후화된 기존 정제설비의 폐쇄까지 고려할 경우, 중기적으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기반 정제설비 규모는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각에선 2023년 하반기 중국과 중동 국영석유사(NOC)들의 증설로 정제마진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다만 국내 정유사는 대규모 투자 여부에 따라 내년 재무안정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MFC(Mixed Feed Cracker, 2조8000억원 규모) 및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3조4000억원 규모)에 대한 투자가 완료된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투자계획은 없어 운전자금 부담이 완화되며 영업현금흐름이 확대되면 재무안정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SK이노)과 S-OIL(에쓰오일)은 대규모 투자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SK이노는 배터리 분야에 올해 4분기 이후 12조원을 추가로 투자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사업을 미래사업으로 정한 에쓰오일은 올레핀 하류 제품군 강화를 위한 석유화학 2단계 투자인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9조3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세가 제한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운전자금부담이 완화되고 영업현금흐름 확대가 나타날 경우, 2023년에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재무안정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면서도 “향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재무안정성 개선 폭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23년에는 정제마진 하락, 유가 상승 효과 축소, 비정유부문 이익 감소 등으로 2022년 대비 이익 약화가 예상된다”면서도 “수요 둔화 우려에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될 경우 2023년에도 정유부문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이익 창출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