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가상자산의 회계처리와 공시, 회계감사 등에 대한 논란이 증가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가상통화,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으로 불리던 것이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로 통일된 것만도 많은 성과라고 생각된다.
회계감사는 ‘회사의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작성되었는가에 대하여 감사인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 회계감사를 통해 적정의견을 받으면 그 기업의 재무제표를 믿고 이용해도 된다. 회계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어야 ‘회계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작성되었는가’를 감사인이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회계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계감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우리나라가 채택 중인 국제회계기준(IFRS)은 가상자산 회계처리와 관련하여 통상적인 영업목적으로 보유 시 재고자산으로 분류하고, 그 외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라는 적용지침만 있을 뿐이며, 구체적인 회계처리에 대하여 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는 향후 상당기간 가상자산 관련 회계기준을 제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다양한 거래형태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국제회계기준이 제정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논란 중에서 회계감사와 관련된 부분을 생각해보자.
첫째, 공인회계사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회계감사를 할 수 있을까? 가상자산 관련 회계감사를 하려면 공인회계사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산업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보유해야 하고, 회계감사 시 관련 전문가를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등 기존 회계감사 때와는 다른 지식을 보유하고 다양한 감사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둘째, 재무제표에 대한 경영진의 주장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할까? 예를 들어 회계감사에서는 회계연도 말 현재 자산과 부채의 ‘실재성, 완전성, 권리와 의무, 평가와 배분의 적정성’에 대한 경영진의 주장을 확인하는데, 개인키의 보유 확인, 제3자 보관 가상자산의 외부조회, 보유량과 블록체인 기록 일치 여부 등의 실제 확인이 얼마나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감사인이 적격성을 갖추었다고 해도 회계감사가 실제로 얼마나 가능한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셋째, 계속해서 변하는 가상자산 관련 환경하에서 이에 대응하는 회계감사가 실제로 가능할까? 가상자산의 보유자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발행기업과 가상자산 사업자, 가상자산 거래소 등 다양한 주체가 존재하고,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환경하에서 감사인이 얼마나 빨리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상자산과 관련된 생태계가 형성되고, 관련 기업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가상자산 관련 기업은 적절한 회계정책을 개발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고, 감사인은 이를 감사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문제는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한 논쟁이 발생했을 때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회계기준과 회계감사 방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실적인 방안은 공시강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재무제표 본문과 주석공시를 대폭 강화하여 관련 기업은 가상자산 관련 사항을 상세하게 공시하고, 감사인은 강조사항과 기타사항 문단, 핵심감사사항 등을 통해 관련 기업의 감사 관련 사항을 상세히 공시함으로써 형식적인 감사보고서가 발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적절한 심사와 감리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회계처리와 기업간 비교가능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공시강화를 위한 회계기준을 개정하고, 주석공시 모범사례를 마련하고, 회계감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회계실무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회사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하려는 가상자산 관련 기업 경영자의 의지다. 지금은 가상자산 관련 회계기준과 회계감사 등의 개발을 위해 관련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