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금융당국이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해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민법 제109조를 근거로 판매사가 금융상품 관련 중요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투자자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착오 취소에 따른 원금 전액 보상은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세 번째다.
신한투자증권 본사.(사진=신한투자증권)
헤리티지 펀드 판매 규모는 모두 4835억원으로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현대차증권, SK증권이 판매했다. 이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의 판매액이 3907억원으로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신한투자증권이 보상해야 할 헤리티지 펀드 규모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3207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앞서 2020년에 선제적으로 투자원금의 50%를 지급하면서 투자자 보상에 나섰고 추가 배상을 위해 충당금도 꾸준히 쌓아왔지만 전액 보상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하면서 판매사들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분조위의 권고안은 법적 효력이 없고 불복하더라도 제재 수단이 없다. 다만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측면에서 판매사들이 배상 권고안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앞서 라임 펀드 판매사였던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003540) 등은 금융당국의 전액 보상 결정을 수용했다.
반면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005940)은 분조위의 계약취소 권고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에게 계약취소 대신 옵티머스 펀드 관련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넘겨받는 사적합의 형태로 투자원금 전액을 보상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관련 수탁사, 사무관리회사 등과 다자배상안을 주장해왔는데 보상 이후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해 계약취소 대신 사적합의 방식을 선택했다.
결국 NH투자증권도 방식이 달랐지만 투자원금 전액 보상으로 사실상 권고안 수용과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이에 이번 헤리티지 펀드 판매사들도 금융당국의 투자원금 전액배상 권고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판매사와 운용사 사이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연이어 펀드 판매사의 전액 배상 책임을 결정하면서 펀드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분조위의 취소 결정 이유에 대한 법률검토와 고객보호 및 신뢰회복 등의 원칙하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사회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