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명성 위태…서금원 놓치고 미래에셋 '턱밑 추격'
OCIO 시장 최강자로 평가…미래에셋자산운용 바짝 추격
내년 산재보험기금 운용사 재선정 앞둬…규모와 상징성 측면에서 중요성 커
공개 2022-11-22 06:00:00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 전통 강자인 삼성자산운용이 서민금융진흥원의 여유자금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에서 밀린 데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턱밑까지 추격당하며 명성이 위태위태해졌다. 특히 내년에 산재보험기금 위탁운용사 재선정에서 실패할 경우에는 1위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민금융진흥원은 경쟁입찰을 통해 2400억원 규모의 여유자금 운용을 위한 외부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 기존에는 한국투자증권의 랩어카운트를 통해 여유자금을 운영해 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외부위탁운용에 나선 것이다. 
 
이번 입찰에는 운용사 4곳과 증권사 4곳 등 모두 8곳이 경쟁에 나섰고 이 가운데 정량평가를 통과한 6곳을 대상으로 정성평가가 진행됐다. 이후 최종 위탁운용사 선정은 증권사·운용사 구분 없이 진행됐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005940)이 위탁운용사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서금원은 이달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짓고 위탁운용 절차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특별한 부적격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OCIO 계약 대부분이 성사되는 만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자산운용 본사. (사진=삼성자산운용)
 
이번 평가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총점 94.616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적자원과 운용자산 규모, 운용성과 등에 대한 정량평가와 향후 운용전략 등의 정성평가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 위탁운용사 자리를 꿰찼다. NH투자증권이 94.0112점으로 2위에 올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93.5454점으로 3위에 그치면서 아쉽게 위탁운용사 자리를 놓쳤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월 강원랜드(035250)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따돌리고 운용사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는데 이번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욕에 성공한 셈이다.
 
국내 OCIO 시장규모는 13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공적기금이 112조원 수준으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공적기금 위탁운용사 자리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주요 공적기금은 연기금투자풀(37조원), 주택도시기금(43조원), 고용보험기금(10조원), 산재보험기금(22조원) 등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OCIO 시장의 전통적 강자다. OCIO 규모는 43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2001년 국내 최초로 OCIO를 도입한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20년 이상 지켜오는 등 일찌감치 대형 공적기금 위탁운용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풍부한 운용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특히 연기금투자풀과 산재보험기금은 운용규모가 큰 만큼 상징성과 점유율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트랙레코드다. 최초로 대학기금 OCIO 운용을 맡는 등 민간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 뒤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바짝 쫓고 있다. OCIO 규모는 32조원 정도로 2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택도시기금, 주택도시보증공사 여유자금 등의 위탁운용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무려 6번의 도전 끝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제치고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연기금투자풀 내에서 운용규모도 크게 늘면서 삼성자산운용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연기금투자풀 내에서 두 운용사의 수탁고 차이는 올해 3월 16조원 수준이었지만 9월에는 10조원으로 좁혀졌다. 
 
최근에는 공적기금 외에 공공기업이나 민간기업 등이 외부위탁운용을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차지하고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한 운용사와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사랑의열매가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통해 운용하던 여유자금의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는데 무려 15개의 증권사와 운용사가 참전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내년에 산재보험기금 위탁운용사 재선정을 앞두고 있어 경쟁력을 다지고 OCIO 시장의 위상을 굳힐 필요성이 크다. 이전의 입찰 사례를 고려할 때 이르면 내년 2월에 주간운용사 선정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5년 산재보험기금의 전담자산운용 체계가 도입된 첫 해부터 위탁운용사를 맡아왔다. 2019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과 경쟁을 벌인 끝에 위탁운용사로 재선정되는 데 성공했다.
 
산재보험기금은 운용규모가 22조원에 이르는 만큼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다시금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자산운용이 산재보험기금 운용사 자리를 수성하는 데 실패한다면 OCIO 운용규모 1위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이 매우 큰 것이다.
 
다만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대형 공적기금 운용을 시작하려면 많은 인력과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그 한계가 있는 만큼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서로의 영역을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공적기금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는 운용인력과 경력, 운용규모와 그 성과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평가하기 때문에 기존에 공적기금을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초 주택도시기금 운용사 선정 입찰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불참한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단독 입찰해 위탁운용사 자리를 지켜냈다. 이후 5월 중소퇴직기금 운용사 선정에는 삼성자산운용이 단독 입찰해 위탁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쟁력이 가장 우위에 있는 두 운용사가 묵시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나누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내년 산재보험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어떤 운용사가 참전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OCIO 운용 경험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준수한 운용성과를 내면서 OCIO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