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주요 증권사들 실적이 모두 발표된 가운데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순위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매년 1위 자리를 놓고 다퉈온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한국투자증권이 주춤한 반면
메리츠증권(008560)과 신한금융투자가 나란히 1·2위에 오르면서 반전을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대신증권(003540)을 마지막으로 자기자본 규모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가 모두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메리츠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6583억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2018년 1분기 이후 19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호실적을 이어갔다.
메리츠증권 본사. (사진=메리츠증권)
특히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이 높은 증권사로 꼽히는데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PF사업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도 우수한 리스크 관리능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실적을 거두면서 주목을 받았다. 누적 영업이익도 8234억원으로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보이며 1조원 돌파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음으로 신한투자증권이 누적 순이익 5703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 3208억원을 기록하면서 순이익 10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는 3분기에만 381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순위가 껑충 뛰었다. 이는 금리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평가손실, 거래대금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사옥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데 영향을 받았다. 다만 사옥 매각이익을 제외한 3분기 순이익은 59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9.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이 누적 순이익 5651억원으로 3위, 한국투자증권은 순이익 4392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해마다 순이익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순이익 1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 미래에셋증권이 순이익 1위에 오르면서 반격에 나섰다. 이후 2021년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상장을 통한 지분법 처분이익에 힘입어 다시 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상승과 증권업황 둔화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증권사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90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치면서 분기 기준 순이익 1000억원을 넘지 못했다.
NH투자증권(005940)의 부진도 눈에 띈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연간 순이익 9379억원으로 업계 4위를 차지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1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올해 초에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서 자기자본 기준 업계 2위 증권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38억원으로 9위에 그쳤다. 특히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6.9% 감소한 119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실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채권평가손실과 IB자산평가 손실, 충당금 적립 등이 발생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 상승, 거래대금 위축,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PF 부실화 우려 등으로 4분기에도 증권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증권사들이 실적 반등을 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도 어려운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냈는데 올해는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