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쇼크에 자회사 손실까지…골머리 썩는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인수 후에도 적자 지속…투자 감산으로 시너지 숙제
3분기 '어닝쇼크'…곽노정·노종원 불황타개 '숙제'
공개 2022-11-15 08:3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SK하이닉스(000660)가 악재 지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이 내년 하반기까지 좋지 않을 전망이고, 중국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대두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솔리다임을 지배하는 미국 법인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고, 여타 해외 사정도 좋지 않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국, 미국 낸드플래시 관련 법인 등 총 9곳 중 5곳에서 순손실을 기록했다. 가장 손실이 큰 곳은 중국(2760억5000만원), 미국 낸드플래시(2583억원) 법인이다. 중국의 경우 투자·생산법인이 포함돼 있고, 미국 법인은 솔리다임을 포함해 인텔 낸드사업이 보유했던 해외 법인 등이 포함된 낸드플래시 생산·판매 자회사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부진에 의한 타격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2분기까지는 일부 해외 자회사 부진에도 자체 사업에서 선전하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냈지만, 3분기에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56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0.5% 떨어진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선제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 전략에도 하방 압력을 헷지하지 못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최신 공정인 10나노급 4세대 D램(1a)와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개선했지만, 원가 절감 폭에 비해 가격 하락 폭이 더 큰 탓에 수익성이 급감하게 됐다.
 
 
이번 어닝쇼크로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를 50% 감축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감산하는 등의 고강도 정책을 내놓은 상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가 메모리반도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 반도체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전략과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업황 부진 속에서도 별도의 감산이나 투자 축소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가 경쟁력을 키워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대두되며 적자전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익이 대부분인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 심지어 지난해 말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함께 얻은 중국 낸드 공장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수출 규제 등 각종 규제에 포함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회사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사업부)은 부진을 면치 못하며 인수 이후부터 연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데다가, SK하이닉스도 투자를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솔리다임에 대한 시너지 창출 시점은 지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적자를 내던 인텔 낸드사업부를 지난해 90억달러(약 11조원)를 들여 인수했다. 핵심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한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컨퍼런스 콜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이번 3분기에도 실적이 더 악화되는 등 실적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솔리다임이 경영진 물갈이를 지속하고 있어 안정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이에 따라 올해 초 선임된 곽노정·노종원 공동대표는 SK하이닉스의 불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SK그룹이 10월 말부터 CEO 경영평가에 돌입한 가운데 그룹 내 계열사 중 가장 부진이 뚜렷한 SK하이닉스의 두 수장도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노종원 대표가 SK하이닉스의 투자 등 경영전략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만큼 감산 계획이 사업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 하는 등 재무건전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현금성자산은 2분기 7조5000억원에서 3분기 7조21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차입금 비율은 29%에서 32%까지 올랐다. 이와 관련 국제신용평가사인 S&P(스탠다드앤푸어스)는 9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는 한편, 등급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자체가 안 좋은 상황이라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며 미국 법인의 경우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하면서 신규 법인(솔리다임)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라며 “솔리다임 인수의 경우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SSD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