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엘바이오닉스, 넥스턴바이오 지배력 유지 '안간힘'
넥스턴에 투자한 CB 50억원 전환권 행사…유증 철회 대안으로 부각
CB 전환에도 최대주주 지분 못 미쳐…추가 유증 가능성은 남아 있어
공개 2022-11-11 07: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넥스턴바이오(089140)에 투자했던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전환이 청구된 규모는 50억원에 달한다. 넥스턴바이오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계획 중이었던 13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철회되자 CB 전환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다만 전환청구권 행사로 확보한 지분이 넥스턴바이오 최대주주 지분에는 다소 못 미치는 만큼, 유증 재실시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스엘바이오닉스 본사 전경. (사진=에스엘바이오닉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스턴바이오는 4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를 통해 신규 상장하는 주식 수는 260만1455주다. 전환가액은 1922원이며, 청구금액은 50억원이다.
 
이번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곳은 에스엘바이오닉스다. 총 100억원 규모의 CB 물량 중 절반인 50억원어치를 보통주로 전환해달라고 넥스턴바이오에 요구한 것이다.
 
이는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지주회사 격인 에스엘홀딩스컴퍼니가 계획하고 있던 130억원 규모의 유증이 철회된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3일 넥스턴바이오는 13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결의했던 제3자 유증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3월 유증에 대한 이사회 결의 당시 신주인수권 관련 조항을 오인 해석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해당 유증은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손자회사인 넥스턴바이오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참여했던 것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자회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 매각이 마무리되면 자연스레 넥스턴바이오에 대한 지배력마저 끊기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넥스턴바이오의 유증에 참여해 지분 14.35%를 확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증이 물거품이 되면서 CB 주식 전환으로 지분 확보 방식을 바꾼 모양새다. 다행히 넥스턴바이오의 현 주가(2125원·8일 종가)가 전환가액(1922원)을 웃돌고 있어 에스엘바이오닉스 입장에선 손실을 보는 상황은 아니었다.
 
에스엘바이오닉스, 넥스턴바이오 지배력 유지 '고군분투'
 
에스엘바이오닉스와 넥스턴바이오의 협력 관계는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자회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넥스턴바이오를 인수했고, 이와 함께 수직화된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온성두 대표이사는 100% 자회사인 에스엘바이오홀딩스를 시작으로 ‘에스엘바이오닉스(9.87%)→스튜디오산타클로스(19.82%)→넥스턴바이오(13.43%)→이브이첨단소재(131400)(8.31%)→다이나믹디자인(145210)(19.58%)’까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올해 8월 돌연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 대한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지분 전량을 초록뱀 신기술 조합6호와 버킷스튜디오(066410)에 415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이다. 2차전지·정유사업 등 신사업 진출과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신규 사업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부실 자회사를 정리함으로써 잠재적 재무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2017년부터 꾸준히 영업적자를 기록해오고 있는 데다 누적된 결손금만 306억원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를 중간다리 삼아 넥스턴바이오, 이브이첨단소재, 다이나믹디자인으로 이어지던 지배력까지 잃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넥스턴바이오는 에스엘바이오닉스가 바이오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었던 회사다. 4회차 CB 또한 우호 지분 확대를 위해 투자했던 것이었다.
 
CB 주식 전환 규모, 최대주주에 못 미쳐…추가 유증 가능성 제기
 
시장은 넥스턴바이오의 에스엘바이오닉스 대상 유증 재실시 가능성에 주목한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갖게 되는 넥스턴바이오 지분(7.18%)이 현 최대주주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보유 지분(12.82%)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넥스턴바이오 입장에서도 유증 철회에 따라 추가 자금조달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올해 상반기 잉여현금흐름(FCF)이 –1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발행했던 1~3회차 CB의 상환 압박도 가시화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에스엘바이오닉스 측에 넥스턴바이오 지배력 유지 방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넥스턴바이오 관계자는 추가 유증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