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최근에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공시가 주된 이슈가 되고 있다. 기업이 공시하는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서의 명칭은 지속가능성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 보고서, CSR 보고서, 기업시민보고서, 통합보고서 등 다양하다. 이는 지속가능성 공시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만간 지속가능성 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이므로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대한 인증도 자연스럽게 의무화될 것이다. 유럽에서는 2024년부터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이 단계적으로 의무화될 예정이고, 미국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서 2024년부터 인증이 의무화될 예정이므로 우리나라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지속가능성보고서의 인증과 관련하여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누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인증할 것인가?’의 문제다.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비율이 높고, 회계법인이 아닌 컨설팅업체 등 ‘기타서비스제공자(other service provider)’의 인증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속가능성보고서를 공시한 기업 중 93.5%가 인증을 받아서 세계 평균(51%)보다 높으나, 회계법인으로부터 인증받은 비율은 5%로서 세계 평균(63%)보다 매우 낮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회계법인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인증하는 비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발행이 자율이므로 인증도 자율이어서 누구나 인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외부감사법에 의한 감사인(공인회계사로 구성된 회계법인과 감사반)으로 제한하는 것과 달리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인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도 대부분 지속가능성보고서의 인증이 자율이므로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둘째, 기업들이 굳이 까다로운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무제표 감사에는 ‘회계감사기준’을 적용하여 감사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지만,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에는 정해진 인증기준이 없다. 그런데 회계법인이 인증하면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가 제정한 ‘ISAE 3000’ 등 까다로운 인증기준을 적용하는 반면에 기타서비스제공자가 인증하면 덜 까다로운 다른 인증기준을 적용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의무가 아닌 이상 굳이 까다로운 인증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셋째, 인증보수가 낮기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기업들이 아직은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발행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으며, 지속가능성보고서의 인증은 의무도 아니고, 회계감사와는 달리 부실인증에 대한 특별한 제재도 없으므로 인증보수가 낮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보수는 평균 1,490만 원이고, 미국의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보수는 재무제표 감사보수의 5∼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일손이 부족한 회계법인이 적은 인증보수를 받고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조만간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발행이 의무화되고 인증도 의무화될 것이다.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와는 달리 지속가능성보고서의 인증은 인증인을 공인회계사로 제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인증을 하든지 신뢰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보고서가 발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특별한 자격을 갖춘 자(기관)만이 인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회계감사 실패로 인한 법적 책임을 감사인과 공인회계사가 부담하는 회계감사처럼 지속가능성보고서의 인증 실패로 인한 책임을 인증인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인증보수도 적정하게 책정되도록 해야 한다. 재무정보를 공시하는 재무제표와 관련하여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비재무정보를 공시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와 관련해서도 부실작성과 부실인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