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K원전에 신사업까지…옛 영광 되찾기 '사활'
'팀코리아'로 글로벌 원전 수주 박차…핵심 설비 등 제작·공급 담당
SMR·로봇·해상풍속 신사업도 기대…3분기 부채비율 128.1% 불과
공개 2022-11-08 06: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 대표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옛 영광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원전 수주를 위해 구성한 '팀코리아' 일원으로 참여해 수주 확대가 기대되고 있고, 재무구조 개선 이후 실적 개선까지 이뤄졌다. 여기에 신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면서 향후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4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차세대 원전인 APR1400을 앞세워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를 필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팀코리아를 이뤄 글로벌 원전 수주에 나섰다.
 
UAE 바라카 원전.(사진=두산에너빌리티)
 
첫 국가는 폴란드다. 지난 1일 두산에너빌리티도 팀코리아로 원전 개발계획 수립과 관련해 폴란드 국유재산부, ZE PAK(폴란드 민간발전사), PGE(폴란드 국영 전력공사) 등과 양국 기업 간 협력의향서(LO)와 정부 부처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외에 체코(8조원), 사우디아라비아(12조원) 등도 향후 2~3년 내에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폴란드 원전 수주액만 40조원 규모로 예상돼 향후 20~30년간 60조원 이상 수익을 낼 전망이다.
 
현재 원전 주기기(원자로, 증기발생기 등)를 생산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6곳이다. 그중 하나가 두산에너빌리티이며 국내에서 유일한 원전 주기기 생산 기업이다. 팀코리아 수주 대부분이 두산에너빌리티 수주로 연결되는 이유다.
 
사막에서도 원전 완공한 ‘믿을맨’ 팀코리아
 
팀코리아가 최근 글로벌 원전시장 주역으로 떠오른 이유는 적기에 비교적 낮은 예산으로 사업 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초 러시아 전쟁으로 전 세계가 에너지난을 겪으며 사업 진행 안전성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팀코리아에서 △원전의 핵심 설비 △핵연료 취급설비 △핵연료 운반 용기 △원자로 계통 보조기기 대부분 등의 제작 및 공급을 담당한다. 기술력으로도 세계 정상급이다. 2014년 한국형 원전인 APR1400 생산에 성공했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것은 그간 원전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80년대 공기업인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원전 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도 두산중공업에 인수된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에 원자로 총 34기를 공급했다. 진출 국가도 중국·미국·UAE·이집트 등 다양하다.
 
국내 원전산업은 한수원이 발주하면 △한전기술 설계 △두산에너빌리티 주기기와 보조기기(기자재 업체) 생산 △한전원자력연료 핵연료 공급 △유지보수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원전 기자재를 납품하는 100여개의 중소업체가 국내에 포진해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사막 한가운데 건설한 팀코리아 원전은 세계에 우리 원전 기술을 실감케 한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로 불린다.
 
 
부채비율 낮추고 로봇, 풍력 신사업 활발  
 
두산에너빌리티는 2009년 말부터 시작된 원전 전성시대로 연결기준 2012년 매출 7조6700억원, 영업이익 61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며 전 세계에 탈원전 바람이 분 점도 매출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이듬해는 연결 자회사인 두산건설이 시공한 일산 두산위브가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7년은 국내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사업이 하방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그해 매출 4조3300억원에 영업이익은 1500억원을 기록했다. 6년새 매출은 43.5%, 75.4% 쪼그라든 것이다. 원전 수주 곳간도 비어갔다. 2011년 23조원에 달하던 발전부문 수주잔고는 2019년 14조2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추가 수주는 거의 하지 못하고 기수주 사업은 중단 또는 해지됐기 때문이다.
 
힘을 못 쓰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 2020년부터 빌린 나랏돈 3조원을 갚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6909억원 △동대문 두산타워 8000억원 △두산솔루스 6986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 4530억원 △클럽모우CC 1850억원 △네오플럭스 730억원 등을 매각해 차입금 2조원을 갚았다.
 
그해 당기순이익도 6458억원으로 흑자전환하고, 수주잔고도 15조5289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신규수주액은 전년비 33.0% 증가한 7조3200억원을 기록했다. 대표 수주가 △사우디 얀부4 해수담수화 사업 7800억원 △당진 LNG 저장탱크 사업 6100억원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정부 긴급자금 투입 약 2년 만에 3조원을 모두 상환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최단기 종료하는 기록도 세웠다. 올해 8월31일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사 주식 2854만주를 5722억원(주당 처분단가 2만50원)에 매각하며 나이스신용평가에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부채비율은 2분기 기준 77.6%에서 3분기(IR자료) 128.1%로 다소 상승했으나 200%를 넘지 않아 안정적인 수준이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비 42.6% 상승한 10조7993억원이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보다 20.9% 상승한 8344억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신규수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분기에 벌써 연간 목표액인 7조9000억원의 85%를 달성했다. 주요 수주 내용은 사우디 아람코 주단조 공장과 괌 우쿠두 복합화력발전소 등으로 4조8000억원 규모다. 이라크 원전 건설 1조3000억원을 포함해 국내 외 원전건설 등도 1조9000억원 상당 수주가 가능해 향후 수주 전망도 밝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다각화 영향력은 향후 더 본격화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005940)은 2025년 매출 전망치가 7조7000억원이며 이 중 전체의 25%에 달하는 대형원전·SMR·해상풍력 등에서 1조9000억원을 수주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중장기(2023~2026년) 수주 목표가 10조1000억원인 가운데 화력발전 등 기존사업은 축소되고 신사업인 가스터빈(1조8000억원), 수소(6000억원), 신재생(2조1000억원), SMR(8000억원) 등으로 매출 신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연결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도 협동로봇 시장에서 국내 1위, 글로벌 5위를 기록하며 향후 높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시작해 누적수주 1조원을 넘어선 풍력사업도 궤도권에 들 날이 머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에 저풍속 환경에 맞춰 블레이드 길이를 확장한 ‘한국형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해 3㎿급, 5.5㎿급의 국제기술인증도 획득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한 대외환경, 불안정한 전방시장 등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이슈가 전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번 자본조달을 통해 재무구조는 목표 수준을 달성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 다변화로 기존 화력발전 외에도 건설, 담수화 사업에서 가스터빈, 풍력발전, 연료전지, 차세대 원전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했다”라며 “국내 대형원전 주기기를 독점 생산하며 차세대 원전인 SMR 생산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라고 사업다각화 측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