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과도한 차입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삼보산업(009620)이 전환사채(CB)를 통한 실탄 확보에 착수했다. 메자닌(Mezzanine)을 발행하는 것은 1993년 코스닥 시장 상장 이후 3번째다. 회사는 상반기 기준 189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기차입금 위주 재무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CB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삼보산업 홈페이지. (사진=삼보산업)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보산업은 지난 28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5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3회차) 발행을 결정했다. 납입일은 오는 11월1일이며, 사채만기일은 2025년 11월1일이다.
삼보산업은 차입금의존도가 53.8%에 육박하는 등 재무상태가 위험상태에 내몰렸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 이상이면 재무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분류한다. 부채비율 또한 508.2%로 낮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삼보산업이 보유한 총차입금 1878억원 가운데 단기차입금이 1397억원에 달해 단기상환 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189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이 7배 이상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보산업이 CB를 발행하는 것은 이자 지출이 뒤따르는 차입 대신 기회비용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CB 발행조건은 삼보산업에 유리하게 짜여졌다. 먼저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다. 회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이자비용 부담 없이 50억원이라는 자금을 끌어오는 셈이다. 반대로 사채권자로서는 사채만기일까지 이자수익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조건이다.
삼보산업의 3회차 CB 발행 개요.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전환가액 할인율도 0%다. 통상 CB를 발행할 때 투자자 유인을 위해 기준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해 전환가액을 산출하는데,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이사회결의일 전날(27일) 종가(1030원)보다 비싼 1038원으로 책정됐다.
그럼에도 투자금 유치는 성공적인 모습이다. 해당 CB에는
삼성증권(016360)(14억원)과 KB증권(13억원)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10억원),
미래에셋증권(006800)(8억원), 수성자산운용(5억원) 등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제로금리 조건에도 CB 투자에 참여한 것은 삼보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주가가 상승한다는 데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CB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이자수익을 얻지 못하는 만큼, 향후 회사가 성장해 주가가 오를 시 보통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노릴 전망이다. 전환청구권 행사 기간은 2023년 11월1일부터 2025년 10월1일까지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사채권자들이 보통주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향후 최대주주 측의 지분희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사채권자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새로 발행될 보통주는 총 481만6955주다. 주식 총수(4525만5561주) 대비 10.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보산업이 이번에 발행하는 CB가 1년 뒤 전량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2%p 이상 떨어진다.
삼보산업의 최대주주는 17.24%의 지분을 보유한 이태용 대표이사다. CB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 이 대표의 지분율은 15.58%까지 낮아지게 된다.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지분율은 22.62%인데, 이 경우 CB 전환권 행사시 20.45%로 2.17%p 하락한다.
다만, 삼보산업은 CB에 콜옵션(매도청구권)을 부여해 최대주주 측이 지분희석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뒀다. 콜옵션은 CB 권면총액(50억원)의 17.24% 수준인 86억2000만원까지 행사가 가능하다. 콜옵션은 CB 발행사인 삼보산업과 최대주주 또는 발행사가 지정하는 제3자가 CB 발행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2023년 11월1일)에서 2년이 되는 날(2024년 11월1일)까지 3개월마다 4차례에 걸쳐 행사할 수 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