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뗀 LG화학 바이오 키운다
글로벌 도약 기틀 마련…“임상 및 허가와 상업화 역량 높일 것”
공개 2022-10-18 18:33:27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LG화학(051910)이 공신력 있는 미국 신약 기업을 인수하며 바이오사업 키우기에 나섰다. 향후 상업화 역량을 높여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18일 LG화학에 따르면 미국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아베오)’사 지분 100%를 5억6600만 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LG화학)
 
아베오사는 200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설립됐다. 임상개발·허가·영업·마케팅 등 항암시장에 특화된 종합적인 역량을 확보한 기업이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됐으며 이듬해 신장암 표적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의 미국 FDA 허가를 획득했다. 
 
LG화학은 아베오사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한 1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인 2027년에는 5000억원 매출을 이룰 전망이다. 현재 포티브다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임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성공 시 치료제의 적용범위가 확장돼 추가적인 매출 성장도 기대된다.
 
이번 인수합병은 LG화학이 보유 자산 등을 활용해 미국 보스톤 소재 생명과학 자회사인 ‘LG Chem Life Science Innovation Center(LG CBL)’에 인수자금을 출자하고, 이후 LG CBL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신규 설립해 아베오사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형태다. 향후 아베오사의 주주총회 과반 승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가 진행된다. 이번 이사회 이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현재 고형암 세포치료제 등 9개 항암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통풍, NASH, 비만 치료제 등 총 20개의 개발단계(전임상 및 임상)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번 인수로 미국 상업화 역량을 조기에 확보해 향후 신약 출시 초기부터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이번 인수 결정은 LG화학 바이오사업 40여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정표이자 이 사업이 글로벌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미국 상업화 역량 지속 강화를 통해 현지 매출 확대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항암 중심의 미국 임상 및 허가 역량을 한층 높여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초 LG화학은 전지사업부문 중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으로 상장하며 투자은행(IB)업계 일각에서는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LG화학은 전통의 석유사업 외에도 LG엔솔의 2차전지 배터리에 소재를 공급하는 첨단소재부문의 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부문을 강화하며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진행했다는 평가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2022년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친환경·배터리 소재·신약개발 등 3대 신성장 동력 사업에 5년 합계 1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 중 생명과학 부문의 R&D 비용만 2021년 2000억원이 집행됐고 2022년 3120억의 투자가 예정돼 있는데 이는 국내 상위 제약사의 연간 R&D비용(1500억~2000억원) 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다음 5년은 지난 5년의 대규모 R&D 투자의 성과를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LR19074(통풍치료제)가 출시 될 경우 10년간 누적 최대 매출 50억 달러에서 연간 최대 1조원 수준을 기대한다. 또한 비만치료제인 LB54640는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으며 최근 1상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유전성 비만 환자 대상 글로벌 2·3상에 진행할 예정이다. 캐시카우 제품으로는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 △성장호르몬 유트로핀 △백신 사업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유셉트 △히알루론산 필러 이브아르 등이 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