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두산건설이 보유한 용지 규모가 경쟁사 대비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향후 수익성이 높은 자체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대부분 도급사업만 진행하고 있어 실적 확대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데다 자체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브랜드 파워'가 약해 양호한 분양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 사옥. (사진=두산건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건설이 올해 6월 말 기준 보유한 용지 규모는 3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견건설사들이 보통 수천억원대 용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태영건설(009410)은 5462억원 규모,
계룡건설(013580)의 경우 3999억원 규모의 용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두산건설의 경우 전년 말 기준 보유한 용지 규모와 올해 상반기 공시한 용지 규모가 똑같아, 상반기 내 추가적인 용지 확보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등급이 낮을 경우 토지입찰 등의 제한으로 용지 확보가 어려울 수 있지만, 두산건설은 최근 재무개선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끌어올렸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12월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서 높았던 부채비율 개선에 성공했다. 한때 400%대의 부채비율을 기록했었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241.7%로 낮아졌다.
또한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76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11년 만에 당기순손실에서 벗어난 뒤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1460억원으로 전년 말(1155억원) 대비 26.4%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에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앞서 4월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상향 조정했으며, 나이스신용평가도 마찬가지로 B-에서 B로 올렸다. 그럼에도 두산건설은 올해 상반기 용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보유한 용지 규모가 확실히 작은 것은 맞다"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자 비용이 크게 불어나면서 대출을 일으켜 용지를 확보하는 것에 많은 건설사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건설이 용지를 확보해 자체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도급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적 방향을 잡은 것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올해 초 인천 서림구역 재개발(818억원)을 시작으로 인천 제물포시장 재개발(734억원), 안양 삼신6차아파트 재건축(830억원), 광주 용봉동 소규모재건축(447억원) 등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시공만 담당하는 단순 도급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도급사업은 수익성 측면에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건설업계에서 도급사업과 직접 용지를 확보해 분양까지 진행하는 자체사업의 수익률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체사업은 직접 용지를 확보해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분양성과만 좋게 난다면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사업 구조"라며 "도급사업과는 수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두산건설이 당분간 수익성을 크게 늘릴 가능성은 낮을 뿐 아니라 향후 자체사업을 통해 수익성 확대를 꾀하려고 해도 현재 보유한 용지 규모를 감안했을 때 해당 여력 또한 부족한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무리하게 자체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타사 대비 약한 '브랜드 파워'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자체사업의 경우 분양성과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소지만, 두산건설의 '두산위브'는 최근 청약 시장에서 쓴맛을 보는 등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에서 분양한 '평촌 두산위브 더 프라임'의 경우 일반분양 83세대 모집에 269명만이 청약해 평균 3.24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게다가 이달 초 진행된 정당계약에서 상당수 미계약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7월 인천 동구에 분양한 '인천 두산위브 더 센트럴'의 경우에도 일반분양 785세대 가운데 279세대가 미분양됐고, 9월 진행한 무순위청약에서도 255세대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이에 자체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양호한 분양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오히려 실적 악화의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가 따로 있는 사업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과 자체사업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라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진행되는 자체사업에서 만약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등이 발생한다면 영업이익 감소 등 파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두산건설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