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양 집중' DL이앤씨, 미분양 리스크 커졌다
올해 4분기 분양 예정 9곳 중 7곳이 지방
계속되는 금리 인상 등 시장 상황도 악화
공개 2022-10-12 08: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DL이앤씨(375500)가 올해 4분기 분양에 나설 사업지들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으로 분양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특히 상황이 더 심각한 지방에 대부분의 분양 물량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향후 분양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 사업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선정한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돼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DL이앤씨 사옥이 위치한 돈의문 D타워 전경. (사진=DL이앤씨)
 
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올해 전체 분양 현장 중 미분양 위험지역 비중이 20%를 웃돌며, 주요 대형건설사 중 미분양 위험도가 가장 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분양과 관련해 '모니터링 대상 지역'을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HUG에서 선정한 미분양관리지역인지, 최근 1년 내 분양물량 대비 미분양물량이 많은 현장인지, 장기간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인 공급물량이 예년 대비 과다한 지역인지 등이다.
 
해당 기준에 따라 경기도 2곳, 대구 6곳, 부산 1곳, 울산 1곳, 전남 3곳, 충북 1곳, 충남 1곳, 경남 1곳, 경북 3곳, 강원 1곳 등 총 20곳 지역이 선정됐다.
 
 
특히 DL이앤씨의 올해 4분기 분양 예정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지방이다. 총 9곳 중 7곳이 지방에 위치해 있으며, 세대수로 보면 총 7199세대 중 5171세대(71.8%)가 지방 분양 예정이다.
 
특히 이달 분양 예정인 충남 아산시 'e편한세상 탕정 퍼스트드림'과 다음 달 분양에 나설 대구 남구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의 경우 미분양 위험도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충남 아산시와 대구 남구는 HUG가 지난달 말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선정한 곳이다. HUG는 매달 말 미분양 주택 수가 500세대 이상인 시·군·구 중 추가적으로 미분양 우려가 있는 곳 등을 대상으로 관리지역을 선정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DL이앤씨가 지금까지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로 최근 분양시장 냉각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물량이 적었던 것과는 달리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게 되면 건설사는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금융 비용, 마케팅 비용 등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최근 대형건설사들의 분양 사업지에서 미분양 방지를 위해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지원하거나 고급 외제 자동차, 명품 가방 등을 경품으로 내걸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향후 분양시장 침체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먼저 급격한 금리인상이 최근 주택구매 심리를 위축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향후 추가적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금리를 꾸준히 올려온 결과, 올해 8월 기준금리 2.5%를 기록하게 됐다. 오는 12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시장에서는 또 다시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커지는 이자 비용 부담으로 선뜻 분양받기 쉽지 않다.
 
또한 여전히 강력한 대출규제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새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을 부여해 이에 따른 단기간 내 매물 증가로 주택가격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의 분양시장 유입을 막는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이처럼 악화된 시장 상황에 따라 DL이앤씨가 예정 사업지들에서 저조한 분양실적을 기록한다고 해도, 기존에 확보한 분양 현장들에서의 현금흐름 및 보유 유동성으로 해당 자금 소요에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8612억원을 보유 중이며, 순차입금은 –9359억원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업지를 수익성에 따라 선별 수주해 분양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라며 "만약에 미분양이 발생한다고 해도 준공 후 미분양, 즉 '악성 미분양'으로 이어져야지 회사의 수익성에 타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