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바이오, IPO 흥행 성공…업계 분위기와 '대조' 눈길
뛰어난 현금 창출력 '뒷받침'…대규모 투자도 흥행 원동력
바이오 기업 대부분 흥행 실패…고정 매출 가치도 '재조명'
공개 2022-09-28 18:19:5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연질캡슐 제조기업 알피바이오의 기업공개(IPO) 흥행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오 업계의 시장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지닌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이 흥행에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 투자심리 약화, 금리 인상 등으로 외부로부터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뿐만 아니라 기업의 안정적인 현금흐름도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7일 알피바이오의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을 승인했다. 본격적인 매매 거래는 오는 2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알피바이오는 1983년 대웅제약과 미국 알피쉐러(현 카탈렌트)의 합작으로 설립된 연질캡슐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기업이다.
 
회사는 올해 국내 IPO 시장에서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바이오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 범위(1만∼1만3000원) 상단인 1만3000원에 확정했으며, 일반 청약에서도 경쟁률이 1518.2대 1을 기록, 2조9605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특히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선 총 1630곳의 기관 가운데 98.04%인 1598곳이 공모가 희망밴드 최상단인 1만3000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시장친화적인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장은 알피바이오의 영업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액은 2019년 699억원, 2020년 979억원, 2021년 1150억원, 2022년 상반기 681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은 2019년 28억원, 2020년 42억원, 2021년 59억원, 2022년 상반기 67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29억원에서 2021년 38억원으로 증가, 올해 상반기에는 6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지속되며 누적된 이익잉여금은 302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바이오기업임에도 의약품 수주를 통한 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알피바이오는 현재 유한양행(000100)종근당(185750), 녹십자(006280), JW중외제약(001060), 일양약품(007570) 등 대형제약사에 일반의약품(OTC)를 공급하고 있고, 종근당건강, 휴온스(243070), HY(한국야쿠르트), 일동제약(249420)과도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 관련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연질캡슐 OTC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이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알피바이오의 최근 3년 반(2019~2022년 상반기) 동안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62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2019년부터 건기식 전용공장 마도공장 완공, 2022년 연질캡슐 생산라인 추가확장 등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를 진행했다.
 
해당 기간 유형자산 순취득으로 2019년 362억원, 2020년 115억원, 2021년 95억원, 2022년 상반기 36억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유형자산 순취득, 단기금융상품 순증감이 포함된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317억원, 2020년 46억원, 2021년 72억원, 2022년 상반기 17억원을 기록했다.
 
부족한 190억원(투자활동현금흐름-영업활동현금흐름) 정도의 자금은 차입금 조달로 충당했다.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증가분 합계는 752억원, 상환분 합계는 546억원이다. 이 기간 차입금 순증감, 리스부채 지급이 포함된 재무활동현금흐름 합계는 207억원이다.
 
이는 최근 IPO 시장에서 흥행 부진을 겪은 다른 바이오 기업과는 대조된다. 실제 애드바이오텍(179530)과 노을(376930)보로노이(310210)에이프릴바이오(397030)루닛(328130) 등은 IPO 당시 흥행 부진을 겪으며 낮은 공모가로 상장했다. 이는 부족한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였으며, 그중 몇 곳은 잉여금이 바닥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현재 부족한 영업현금창출력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등 외부조달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 등 잇따른 대외적 악재로 벤처업계의 자금 조달이 위축되고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떨어진 만큼 현금창출력 등 기업의 경영상태도 고려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약개발 기대감 하나만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박재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아진 금리는 바이오 기업에게 불리하다”라며 “파이프라인 로열티, 신약 매출 등을 통해 투자 금액을 감당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나, 금리 인상으로 현금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자금 조달 허들은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존에는 연구개발(R&D)에 긴 호흡이 필요한 바이오 업종 특성으로 인해 신약 임상 성과에 대한 기대가 기업의 가치로 평가되곤 했다”라며 “하지만 글로벌 산업 환경이 나빠지고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으면서 고정 매출로 안정성이 확보된 기업이 조명받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