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몬스터 아레나’ 잘 돼도…사익편취 규제에 고민
공정위, IT 업계 감시 강화 방침…감시 대상 계열사 18곳
지난해 내부거래 12% 초과 10곳…네오, 매출 전체가 내부거래
하반기 계열사 신작 잇따라 출시…방준혁 의장 지분율 변수
공개 2022-09-21 08:3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IT 업계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면서 게임업계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넷마블(251270)은 올해부터 18곳의 계열사가 규제 대상으로 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도 자회사의 신작 게임 발표가 예정돼 있는 넷마블은 게임이 잘되더라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져 감시 대상에 놓일 처지가 됐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네오의 전체 매출(491억원) 전액이 넷마블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현재 넷마블의 주요 게임 개발 자회사들은 높은 비중의 내부거래액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기업 대상 수가 늘어났지만, 아직까진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규제 대상에 속한 자회사들이 하반기 신작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국내 게임 회사들은 자회사들이 게임을 개발하면 모회사가 퍼블리싱을 맡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 넷마블 하반기 대작으로 꼽히는 게임 중 수집형 RPG ‘몬스터 아레나 얼티밋 배틀’ 또한 계열사인 넷마블몬스터에서 개발 중이며, ‘모두의마블:메타월드’ 또한 넷마블엔투가 갖고 있다.
 
지난해 ‘제2의 나라:CROSS WORLDS’를 개발한 넷마블네오, ‘세븐나이츠’ 개발사인 넷마블넥서스, ‘일곱개의대죄:GRAND CROSS’ 개발사인 넷마블에프앤씨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이 잘돼도 규제를 신경써야 할 상황이다.
 
 
현재 넷마블의 최대주주는 총수인 방준혁 의장으로 약 24.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방 의장이 현재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그룹 내 지분은 넷마블과 개인회사인 인디스에어(99.4%)다. 이 밖에 넷마블 계열사인 넷마블몬스터(5.4%)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다. 하지만 방 의장이 최대주주인 넷마블이 ▲넷마블네오(78.5%) ▲넷마블넥서스(99.93%) ▲엔탑자산관리(100%) 등의 자회사를 지배해 총수가 간접 지배하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넷마블은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 포함), 지난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당초에는 방준혁 의장의 개인회사 격인 인디스에어 1곳만 규제를 받았지만, 공정위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감시를 받는 대상 기업이 훌쩍 늘었다. 심지어 지난해 공정위는 비대면 산업 성장세를 반영해 IT 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사각지대 기업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되면서 올 연말부터는 규제 대상 회사 규모가 늘어난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기존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 회사만 포함됐지만, 개정법 시행으로 총수 일가 지분율이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20% 이상, 해당 회사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연간으로 봐도 넷마블의 내부거래 비중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넷마블의 계열사 중 전체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 기준인 12%를 초과하는 곳은 10곳에 이른다. 규모가 200억원을 넘는 곳도 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넷마블 신작 '모두의마블:메타월드' 이미지(사진=넷마블)
 
하지만 넷마블 입장에선 당장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이은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하반기 신작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넷마블은 실적개선과 규제 모니터링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만 늘고 있다. 넷마블은 상반기 출시한 게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며 히트작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존 게임 매출이 하향 안정화되며 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도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직접 서비스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업계 특성상 게임 개발 자회사를 통해 게임 개발, 모회사를 통한 유통(퍼블리싱)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분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는 일반 제조업의 수직계열화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며 “결과물이 전혀 없는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개발사의 인적 역량만 믿고 투자하다 보니 일정 부분의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며, 어떤 게임이 성공할지 예측이 어렵기에 다양한 개발사에 투자를 하고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방준혁 의장이 ‘총수’로 지정됐고, 사익편취가 강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방 의장이 지분을 축소하는 방법밖엔 없다”라며 “하지만 이 또한 오너가의 지배력 측면에서 우려가 나올 수 있어 뚜렷한 해결책이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