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롯데그룹, '빚 부담' 지속…현금창출력도 저하
자산매각 등에도 비금융부문 순차입금 28.6조원
화학부문 이익창출력 약화…단기간 내 감축 힘들 듯
공개 2022-08-31 14:14:4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롯데그룹이 확대된 차입 부담을 지속해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력 사업들이 있는 비금융부문의 실적 회복 지연 등으로 단기간에 이러한 부담을 떨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한국신용평가)
 
3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저하된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인해 확대된 차입 부담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 소요와 대규모 투자, 2019년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 충족을 위한 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과 리스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 등으로 자금 유출입이 큰 폭의 등락을 보였다. 2020년 이후에는 보유자산 매각과 투자축소 등으로 자금 소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그룹 자금수지가 안정화된 데에는 비경상적인 자산매각과 투자축소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력부문인 유통·화학부문의 실적 회복 지연 등으로 그룹 영업현금창출력은 과거 대비 저하됐으며, 2019년 리스회계 기준 변경으로 거액의 리스부채를 인식한 유통 및 관광·레저부문은 영업을 통해 리스부채 상환재원까지 마련해야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현금흐름은 표면적인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재료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그룹 전반의 운전자본부담 확대에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창출 규모 증가와 보수적 투자 기조 유지 등으로 소폭의 잉여자금이 발생했다.
 
화학부문은 재고자산 부담이 증가했으나 EBITDA 창출 규모 확대와 북미 에탄크래커센터(ECC) 투자 완료로 2019년 이후 완화된 자본적 지출(CAPEX) 부담이 2021년까지 이어지면서 약 3000억원의 잉여자금을 창출했다.
 
유통부문에서는 롯데쇼핑이 모모쇼핑 지분 일부 처분 등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 자금 소요에 대응했고, 저수익 임차점포 정리과정에서 리스부채도 상당 부분 감축시켜 금융비용을 줄이면서 자금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한 모습이다.
 
(사진=한국신용평가)
 
롯데그룹 비금융부문은 지난 2019년 K-IFRS 1116호 리스기준서 변경에 따라 롯데쇼핑(023530), 호텔롯데 등 주력 계열사에 대규모 리스부채를 인식하면서 차입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그룹 CAPEX 규모 축소와 자산매각에도 과거 대비 저하된 그룹 현금창출력 등으로 인해 차입 부담을 낮추지 못했다. 비금융부문 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2019년 말 약 28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약 28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120조원 규모의 자산과 주요 자산의 양호한 실질가치를 고려했을 때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대비 약화됐지만 주력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영업점포 등 부동산으로 구성된 45조원 내외의 유형자산이 재무융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총차입금 중 장기차입금 비중이 약 70%로 차입금 만기도 적절히 분산돼 있다.
 
다만, 주력인 화학부문 이익창출력 약화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투자 확대,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그룹 전반의 높은 차입 부담을 단기간 내 감축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화학부문 주력사인 롯데케미칼(011170)은 인도네시아 NCC 설비 신설(총 투자비 39억달러), 롯데GS화학의 신규 공장건설(8000억원), 기존 사업 설비 증설 및 신규사업 진출 계획 등으로 투자 부담이 확대될 예정이며 차입금 규모도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유통부문은 올해 들어 수익성이 소폭 개선된 모습이며, 재무안정성 관리를 위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등 지출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온라인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업태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 대비 크게 확대된 차입금 규모로 인해 매년 지출하는 자본비용이 적지 않은 수준이며, 추진 중인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 과정에서 발생할 일시적 자금지출도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휴자산 매각 등 다수의 후속 방안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기간 내 재무부담을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레저부문은 과거 대비 투자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나, 영업현금창출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인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면서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식음료품부문도 기존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투자 등으로 투자 자금 소요가 확대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차입 부담을 크게 감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그룹은 계열 이익창출력 약세 전환, 그룹 내 주요 부문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당분간 그룹 전반의 확대된 차입 부담을 유의적인 수준으로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