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덱스 퇴출 위기' 셀트리온제약, 최고의 대응 시나리오는
자진 약가 인하…'최악'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거론
바이오시밀러·개량신약 실탄 가득…상용화 전까지 취소 미뤄도
공개 2022-07-15 06: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셀트리온제약(068760)의 핵심 캐시카우(수익창출원)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간기능개선제에 대한 보건당국의 철퇴가 시작되면서 회사의 고정수익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고덱스캡슐(아데닌염산염 외 6개 성분)’에도 ‘급여 취소’가 현실화된 탓이다. 해당 약물이 연매출 700억원(올해 1분기 기준 매출 비중 17.46%)에 달하는 효자 품목인 만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셀트리온제약의 대응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068270) 그룹 내에서 내수 매출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고덱스의 급여 취소는 셀트리온제약의 큰 손실일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우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사업 매출이 본격적으로 커지기까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급여 취소를 연기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 제기된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은 지난 7일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아데닌염산염 외 6개 성분’ 복합제에 대해 ‘급여 적정성 없음’ 결론을 내렸다. 건강보험에서 더 이상 급여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기존 약가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고덱스의 급여 취소 위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약평위는 부광약품(003000)의 간기능개선제 ‘레가론(실리마린)’에 대해 급여 적정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매년 생산실적만 15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약물에 대한 급여삭제를 결정한 것이다.
 
국내 간기능개선제 시장은 크게 레가론으로 대표되는 실리마린 제제와 비페닐디메틸디카르복실레이트(BDD) 제제,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제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BDD 제제 중 가장 높은 원외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는 품목은 셀트리온의 고덱스이고, UDCA 제제의 경우 대웅제약의 ‘우루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레가론이 급여 목록에서 삭제될 위기에 놓이자 BDD 제제인 고덱스와 UDCA 제제 우루사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시각이 팽배했다. 특히 성분 특성상 실리마린의 빈자리는 BDD 제제가 메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후 복지부는 올해 초 ‘2021년 재평가 과정에서 평가 필요성이 제기됐다’라는 이유로 고덱스 또한 급여 재평가 대상에 올렸다. 작년 실리마린 제제를 시작으로 복지부가 간기능개선제 시장을 이끄는 대표 품목 모두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셀트리온제약이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은 크게 △자진 약가 인하를 통한 매출 하락 최소화 △소송을 통한 시간 끌기 등 2가지로 나뉜다. 고덱스를 포기하고 다른 제품 라인업 확대에 매진하기엔 해당 약물의 매출 비중이 상당하고,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에서 승리를 거두기엔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선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먼저 자진 약가 인하는 동일 성분의 단일제 수준으로 약가를 낮추는 방법이다. 고덱스와 주성분이 똑같은 약물은 파마킹의 ‘닛셀정’으로 1정당 144원에 등재돼 있다. 고덱스는 캡슐당 371원으로 닛셀정보다 227원 비싸다. 닛셀정의 생동인정품목 중에서 약가가 가장 비싼 품목은 테라젠이텍스(066700) '비페딘정', 한국프라임제약 '레코비정', 경동제약(011040) '리헬정' 등으로 모두 182원이다. 이 경우에도 고덱스가 149원 더 비싸다.
 
 
  
복합제가 단일제보다 비싼 이유는 당연히 한 약물에 들어가는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단일제가 처방되고 있는 와중에 복합제의 약가를 단일제 수준으로 낮추면 약평위 입장에서도 급여 취소를 단행하기 어렵게 된다.
 
다만 이는 매출 하락을 감내해야만 하는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 가능성이 낮더라도 복지부와의 소송전에서 승리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더 이상 급여 취소를 막을만한 카드가 없을 때나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이번 급여 취소 결론의 불합리함을 입증하기보단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어서 이익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셀트리온제약은 고덱스를 포함한 케미컬의약품 사업만 영위하고 있지 않다. 회사는 셀트리온에서 개발한 주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데, 올해 1분기 기준 램시마와 트룩시마,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의 매출은 125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14.11%를 차지한다.
 
현재 셀트리온은 ‘램시마(인플락시맙)’와 ‘허쥬마(트라스트주맙)’, ‘유플라이마(아달리무맙)’ 등 대형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8개의 바이오시밀러가 국내외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며, 간장용제인 ‘CTP-JB02’ 등 3개의 개량신약이 국내 임상3상 단계에 있다. 해당 약물들의 매출이 가시화되면 고덱스의 공백을 충분히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셀트리온의 파이프라인 현황. (사진=분기보고서)
 
실제로 이 방법은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급여재평가 사태에서 포착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임상적 근거 불분명’을 이유로 콜린알포 제제의 급여축소를 공식화했고, 제약사와의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제약사들은 급여축소 취소 소송 등 집행정지를 청구했고, 이에 따라 사건은 좀처럼 매듭지어지지 않으며 장기전 양상으로 흘렀다. 
 
콜린알포를 둘러싼 제약사와 복지부의 법적 공방이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셀트리온제약 또한 국내 임상이 진행 중인 바이오시밀러와 개량신약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최대한 고덱스의 급여 취소를 막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상용화된 제품 라인업이 어느 정도 확대될 시기에 맞춰 자진 약가 인하 카드를 꺼내는 것도 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셀트리온제약은 최대한 빨리 이의신청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덱스는 2002년 식약처로부터 임상3상을 통해 최초 판매허가를 획득한 이후 다양한 연구자 임상을 통해 간질환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해 왔다”라며 “유효성 평가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의신청 기간 동안 심평원 및 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회사 입장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