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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의 증가는 나쁜 것인가
공개 2022-07-08 06:0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소비 위축에 쌓여가는 가전 재고… 많이 부담이 돼요"”
“"넘치는 의류재고, 폭탄 터질라"…패션업계 '주문 후 제작' 실험”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소비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팔리지 않는 물건이 쌓여가고, 이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는 기업에 관한 신문기사 제목이다. 
 
재고자산은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위하여 매입한 상품과 제조한 제품, 생산 중인 재공품, 생산에 사용될 원재료나 소모품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의 증가는 기업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기업이 만든 제품이나 매입한 상품이 팔리지 않고 쌓이면 현금 회수가 안 되어 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재고보관비용도 증가한다. 특히 의류처럼 유행을 타는 제품은 철이 지나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재고에 민감하다. 
 
회계에서는 재고자산을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평가하는 ‘저가법’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100원에 매입한 상품이 팔리지 않고 쌓여있어서 가치가 80원으로 하락하면 20원의 ‘재고자산평가손실(비용)’을 인식해야 한다. 이처럼 팔리지 않고 쌓여있는 재고자산의 증가는 재고자산평가손실을 가져와 기업의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최근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회계감리 지적사례”에도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인식하지 않아서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한 대표적인 분식회계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
 
재고자산 증가의 지표로는 재고자산회전율이 많이 이용된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누어 계산하며, 기업이 재고자산을 얼마나 잘 운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매출은 감소하고 재고는 쌓이게 되면 재고자산회전율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재고자산회전율의 감소는 일반적으로 기업에 나쁜 신호로 여겨진다.
 
그런데 재고자산의 증가는 무조건 나쁜 것인가?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첫째, 재고자산 중 원재료의 증가는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세계적인 공급망이 불안하면 기업들은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를 미리 매입해서 보관한다. 물론 세계적인 공급망의 불안 자체가 기업에 안 좋은 것이지만 원활한 제품 생산을 목적으로 원재료를 미리 매입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다른 기업보다 원재료를 많이 확보하여 미래의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한 것이라면 원재료의 증가는 오히려 좋은 것일 수 있다. 또한 같은 수량의 원재료를 매입해도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다면 재고자산은 증가한 것으로 표시된다. 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기업에 불리한 것이지만 제품을 생산하여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면 재고자산 증가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기업의 재고자산이 증가했다면 상품이나 제품, 원재료 등에서 어느 것이 증가했는가를 보아야 한다. 
 
둘째, 계절적 수요가 있는 제품이라면 재고자산 증가는 오히려 좋은 신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7월과 8월의 폭염 예보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6월에 에어컨을 많이 생산했다면 6월 말의 반기재무제표에서 재고자산 증가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셋째, 재고자산 수량의 증가와 금액의 증가를 구분해야 한다. 최근의 신문기사는 제품이나 상품이 판매되지 않아서 재고가 증가하는 수량의 증가에 관한 것이다. 어떤 기업이 파손이나 분실 등으로 장부상 재고 수량보다 실제 재고 수량이 적으면 ‘재고자산감모손실(비용)’을 인식해야 하는데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인식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재고자산 수량을 고의로 증가시키는 회계처리를 한 것이다. 반면에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인식하지 않는 것은 기업이 재고자산 금액을 고의로 증가시킨 것이다. 
 
재고자산의 증가가 기업에 부담되는 것으로 생각해도 대부분 맞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의 재고자산이 증가하면 정확한 증가 이유를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소비 위축으로 팔리지 않는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일이 없도록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기우에 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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