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으로 '양 날개' 완성···포스코홀딩스, 최대 수익자 되나
포스코홀딩스, SK온과 광범위 협력 예고
자회사 포스코케미칼, LG엔솔과 '끈끈'
공개 2022-06-23 06: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가 SK온(SK이노베이션(096770))과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2차전지 사업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협력을 시작하면서 포스코홀딩스가 얻게 될 수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SK온뿐만 아니라 자회사 포스코케미칼(003670)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동섭 SK온 대표(왼쪽)와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팀장(부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5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부문 자회사 SK온과 ‘이차전지 사업의 포괄적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많은 2차전지 관련 기업이 서로 MOU를 체결하고 있고 MOU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계약 형태이지만, 이번 양사의 업무협약은 특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목의 이유는 협력 정도와 범위에 있다. 우선 이번 업무협약에는 정우성 이모빌리티사업부장 등 부문 담당자가 아닌 지동섭 SK온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했다. 특정 부문이 아닌 이차전지 사업 전반에 대해 협력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리튬·니켈·코발트 등 이차전지 원소재부터 양·음극재,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이차전지 전체 가치사슬에 대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SK온 측은 “포스코그룹과 이차전지 생산에 대한 중장기 확장계획을 공유하고 이에 따른 포스코그룹의 소재 확대공급에 대해 협의했으며,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앞으로 실무그룹을 만들어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 △리튬·니켈 등 원소재 부문 투자 △양극재 개발 로드맵 △음극재 공급량 확대 △폐전지 수거 네트워크 공동 구축방안 등을 논의·협력할 방침이다.
 
사실 포스코홀딩스는 자회사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SK온의 국내 최대 라이벌인 LG에너지솔루션과 깊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SK온 입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그룹이라는 협력사를 공유하면서 생길 수 있는 전략 유출 등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SK온이 이차전지 사업 파트너로 포스코홀딩스를 선택한 것은,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포스코홀딩스가 가진 역량 때문이다.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가진 SK온이 가장 미흡한 부분은 ‘공급 사슬’이다.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세계 1위 코발트 생산 회사 스위스 글렌코어와 계약해 오는 2025년까지 코발트 약 3만t을 구매하기로 했지만, 배터리 최대 함량이 90%에 달하는 니켈에 대해서는 아직 보장된 공급망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도 지난 3월 “니켈·코발트·망간 등 연동되는 광물은 광산 투자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LG화학·LX인터내셔널·포스코·화유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니켈 등 소재에 대한 인도네시아 현지 배터리 가치사슬을 구축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이 모두 세계 1위다. 중국의 니켈·코발트 제련 기업인 그레이트파워의 지분 4.8%를 인수해 2023년부터 6년간 총 2만t의 니켈을 확보했고, 리튬에 대해서도 세계 2위 생산업체 칠레 SQM과 계약해 지난 2021년부터 2029년까지 약 5만5000t의 탄산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필두로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공격적인 니켈 확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니켈·리튬 가격까지 크게 뛰면서 공급망 확보를 위한 선택지가 더욱 줄었다”라며 “독자적인 공급 사슬 구축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SK온이 다소의 위험을 무릅쓰고 포스코와 손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SK온의 배터리 소재 구매 비용은 지난해보다 86.97% 이상 늘었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니켈·리튬 생산량을 52만t까지 늘릴 계획이어서 SK온에게는 최적의 사업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자료=SNE리서치)
 
 
양사의 협력에 업계에서는 포스코홀딩스의 비철강 부문 이익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은 올 1~4월 기준 주요 배터리 업체 사용량 점유율에서 8.6GWh로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3% 급증해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순위도 6위에서 한 계단 올랐다. SK온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입성을 목표로 2025년까지 220GWh·2030년까지 500GWh 이상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SK온이 이번 협약을 통해 포스코홀딩스와 생산능력 확대 관련 세부 전략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포스코홀딩스가 상당한 규모의 니켈·리튬 등을 SK온에 공급해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 제조기업의 설비 증설은 일반적으로 수주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SK온이 공격적인 증설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주를 따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SK온은 현대차 아이오닉5·기아 EV6뿐만 아니라 최근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온의 누적 수주 용량은 1600GWh에 달한다.
 
포스코그룹 실적 현황. (자료=포스코홀딩스)
 
앞서 언급했듯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을 주 고객사로 두고 있고 현재 전지소재 공급 비중의 95%가 LG에너지솔루션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완성차 업계에 배터리를 많이 공급할수록 포스코케미칼의 매출도 늘어나는 것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지난해 양극재 매출은 전년도보다 92.9% 증가한 6780억원이었는데, 984억원이던 2019년에 비하면 589% 이상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수주 계약 덕분이다.
 
올해 들어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1~4월 기준 주요 배터리 업체 사용량 점유율에서 14.9%로 세계 2위를 차지했고, 올 1분기 포스코케미칼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23% 증가했다. 포스코케미칼의 이 같은 성장은 포스코홀딩스의 기업가치·수익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포스코케미칼 지분이 59.72%에 달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과 GM이 5월27일 양극재 합작사 Ultium CAM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포스코케미칼)
 
일각에서는 SK온과 포스코홀딩스의 이번 협약이 포스코케미칼-LG에너지솔루션의 협력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모두 강력한 수요로 인해 포스코와 손을 잡은 만큼 3사의 관계가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미 미국 GM과 북미 양극재 합작공장 얼티엄캡(Ultium CAM)을 설립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이에 따라 2025년에는 GM이 생산하는 전기차의 약 22%에 대한 양극재를 포스코케미칼이 공급할 예정인데, 업계에 따르면 GM은 2025년까지 약 100만대의 순수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051910)과 손잡고 독자적인 이차전지 소재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어 포스코케미칼도 고객 다양화가 필요해진 시점이었는데, 이번 협약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