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엔젠바이오, 올해는 '양치기 소년' 오명 벗을 수 있나
엔젠바이오 "흑자전환 계획된 바 없어"
1분기 매출 272.7% 늘었지만 영업손실 여전
잉여현금흐름 적자 폭 꾸준히 확대…작년 -101억원
공개 2022-06-02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상장 3년 차에 접어든 정밀진단 플랫폼 전문기업 엔젠바이오(354200)가 수차례 약속했던 흑자전환을 지키지 못하면서 양치기 소년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1분기 주요 진단제품과 DTC(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 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해외 진출과 판매처 확보로 인해 영업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며 적자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회사는 상장 이후 흑자 기조를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지만 올해도 수익성 개선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30일 엔젠바이오는 올해 안 흑자전환 목표와 관련해 "계획된 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0년 말 기업공개(IPO) 당시 이듬해인 2021년 흑자전환을 예상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젠바이오는 올해 1분기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2억원) 대비 22.7%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2억원으로 272.7% 늘었다.
 
매출 성장은 엔젠바이오가 주력하는 사업 중 하나인 정밀진단 제품의 해외판매량 증가 영향이 컸다. 정밀진단 제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4억4000만원)보다 무려 259% 증가한 15억9000만원인데, 이 중 수출로 인한 매출만 9억4000만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722.5% 늘어난 규모다.
 
정밀진단 제품의 주요 매출은 폴란드와 사우디, 싱가폴, 베트남 등 해외 수출과 국내 주요 대학병원 공급을 통해 발생한다. 회사는 지난해 3월 유전성 유방암 진단에 사용되는 ‘BRCAaccuTest’의 수출용 허가를 승인받았고, 같은 해 11월 체외진단 의료기기 ‘HLAaccuTest All’ 유럽 CE 인증을 획득하는 등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BRCAaccuTest. (사진=엔젠바이오)
 
DTC(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 사업 부문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1분기 DTC 매출은 25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6억6000만원) 대비 288%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업손실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엔젠바이오는 2015년 설립연도부터 꾸준히 적자를 키워왔다. 회사는 지난 2019년 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던 2020년 61억원, 2021년 8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당기순손실 규모도 68억원, 82억원, 84억원으로 늘어났다.
 
엔젠바이오는 2020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당시 2021년 136억원의 매출액과 3억원의 영업흑자를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실적은 각각 72억원, -87억원에 그쳤다. 매출액 예측치를 달성하긴커녕 적자 폭만 확대된 것이다.
 
매출액 대비 높은 연구개발비가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2019년 22억원, 2020년 2억원, 2021년 45억원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7.7%, 129.7%, 62.2% 정도로 업계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제품·서비스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에 자금 투입이 더해지며 당기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부 현금흐름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었다. 엔젠바이오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5억원으로 2019년(-54억원)보다 40% 가까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21억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누적된 결손금 규모는 1분기 기준 329억원에 달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운전자금 차입 등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회사의 잉여현금흐름(FCF)를 살펴보면 2019년 –85억원에서 2021년 –101억원으로 28.2% 늘어났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재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상 마이너스(-) 상태가 되면 유상증자 등 외부 자금 조달 필요성이 있다고 해석된다.
 
 
다만 이번 분기 실적이 올해까지 이어질 경우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IPO 당시의 목표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달성할 수 있어 자금 조달 여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출 회장의 지분이 상장 전 8.41%에서 현재 3.59%까지 줄어들어 추가 자금 조달을 추진할 경우 지분 희석 위험까지 뒤따른다.
 
엔젠바이오는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며 외형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건강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웰핏’을 설립하고 동국제약(086450), 폰테라 등 국내외 제약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하나은행과 VIP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협업에 나서기도 했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로선 올해 흑자전환과 관련된 자세한 실적 목표는 계획된 바 없다”라며 “아직 자금이 적잖게 남아있어 자금조달 여부도 확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실적 개선을 위해 상장사를 비롯한 기업, 은행과의 협업 관계를 늘려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