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쇼크' 한화생명, 새 회계제도 도입이 돌파구 되나
IFRS17 전환 시 CSM 9조 추정…자본 완충 부담 일부 해소
보장성 영업 확대·고금리 보험금 비중 감소…수익성 개선
공개 2022-05-31 06:00:00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신용등급 강등으로 위기를 맞은 한화생명(088350)이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회계제도에서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새 제도하에서 주요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추정 규모가 안정적인 수준이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보장성보험 영업을 확대하고 고금리 보험금 비중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신용평가사 정기평가에서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등급 조정 주요 근거는 제한적인 수익성 개선 흐름과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자본 완충력이 뽑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7% 줄었다. 이는 희망퇴직 지원과 이차익 하락 등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보험이익은 2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었지만, 이차이익은 151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자산건전성 기준인 RBC 비율도 피어그룹(업계 평균)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RBC 비율은 161.0%로 전년 말 대비 23.6%p 하락했다. 생명보험사 전반적으로 금리인상 등으로 채권평가이익이 하락해 RBC 비율이 떨어졌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보험사와 비교했을 때, 한화생명의 자본 완충력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생보업계 빅 3인 삼성생명(032830)의 RBC 비율은 전년 말 대비 59%p 하락한 246%, 교보생명은 전년 말 대비 61.57%p 하락한 205.05%로 나타났다. 지급여력 하락 폭이 컸음에도 RBC 비율 200% 이상을 유지했지만, 한화생명은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인 150%에 근접했다.
 
(자료=보험연구원)
 
다만,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던 RBC 비율 제도가 올해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내년부터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보고시점의 현행가치로 측정하는 IFRS17(신 회계제도)과 K-ICS(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재무상태표의 자산·부채·자본을 모두 시가로 평가해야 하고, 보험부채는 최선추정부채(BEL), 위험조정(RA), CSM의 합으로 계산된다.
 
기존 원가 기준 보험부채 평가방식은 보험서비스 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보험영업수익을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새 회계제도에서는 보험영업수익이 일정 기간 제공된 보험서비스에 해당하는 보험영업수익만을 구분해 인식하게 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 도입에 따른 시가평가는 보험영업의 성장성과 투자영업의 성장성에 대한 보다 명확한 구분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에 생보사는 각 영업성과의 성장성을 대표하는 지표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며 “생보사 본연의 기능인 개인에 대한 보험서비스 제공에서 얻어지는 보험영업 성장성을 주요 성장성 지표로 설정하고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다면, 위험보험료가 중요한 성장성 지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험영업수익은 CSM과 RA 상각분에 예상보험금과 예상사업비를 합한 금액으로, 저축보험료는 보험영업수익에서 제외된다. 여기서 CSM은 보험계약 집합자산이나 부채장부금액 구성요소로, 집합 내 보험계약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식하게 될 미실현 이익을 의미한다.
 
한화생명은 지난 1분기 말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금리 수준을 반영한 CSM 규모는 7조5000억원 수준이며, 신계약에 따른 CSM 증가분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통해 IFRS17 전환 시점에는 CSM 규모는 약 9조원 내외로 전망했다. 다만 한화생명은 아직 IFRS17 제도가 확정되지 않았고, 외부 기관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피어그룹인 삼성생명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1년 소급 시 전환시점에서 CSM 규모를 8조원 수준으로 예상했고, 신계약으로 발생하는 증가분은 약 3조~3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내년 IFRS17 전환 시점에서 CSM 규모는 10조~10조5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제도 적용 하에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CSM 규모 차이는 1조원 안팎이 나는 셈이다.
 
 
 
실제 한화생명은 보험영업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비중은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은 늘리고 있다. 과거 보험사들은 외형확대를 위해 저축보험 상품을 확대 판매한 바 있지만, 최근 수익성 향상을 위해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연납화보험료(APE)는 4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었다. APE는 월납·분기납·일시납 등 모든 납입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성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APE 구성을 살펴보면, 종신·CI 등을 더한 보장성보험이 2592억원으로 전체 APE 중 61.7%를 차지했다. 저축성보험 APE는 195억원으로 비중은 4.6%에 불과했다.
 
보험금 부담이 큰 고금리 보험 비중 규모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이 쌓은 책임준비금 90조4958억원 중 6.0% 이상 고정금리 비중은 24%로 전년 동기 대비 8bp(1bp=0.01%p)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평균 부담금리도 4.37%로 전년 동기 대비 3bp 개선됐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신용등급 정기평가는 신평사 내부정책에 의해 새 회계제도가 아닌 현재 회계제도에 초점을 맞춘 평가방법을 적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새 회계제도 도입 후 업계 평균 이상의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 가능성을 신평사들과 적극 소통해 최우수 신용등급의 빠른 회복을 도모하겠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