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벗은 두산, 투자 잰걸음…신에너지 사업에 5조 투입
소형모듈원전·대형 가스터빈·수소터빈 개발 박차
연료전지 제품군 강화, 로봇·드론 등에도 투자 예정
공개 2022-05-25 17:14:34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채권단 관리를 조기 졸업한 두산(000150)그룹이 지난 4월 반도체 기업 인수에 이은 추가 투자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주)두산
 
25일 두산은 앞으로 5년간 △SMR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 등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반도체 후공정 전문 기업 ‘테스나(두산(000150)테스나)’를 인수하면서 불을 붙인 외형 확대·경쟁력 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두산의 이번 투자 결정 발표가 우리나라와 ‘원자력발전 동맹’을 체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본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비확산 규범을 준수하면서 원전 산업·기술을 선도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고 기업 간 협력도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원전 기술 이전과 수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미국 주도의 제3국 소형모듈원자로(SMR)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두산의 경우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034020)(옛 두산중공업)가 미국의 SMR 전문 기업 ‘뉴스케일’과 지난 4월 ‘SMR 주기기 제작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이미 한미 기업 간 협업의 사례를 만들어왔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해당 협약에 대해 “뉴스케일이 개발과 설계를 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제작을 맡는, SMR 분야에서의 한미 기업 간 동맹”이라고 설명했다.
 
소형모듈원자로, SMR은 안전성·경제성·운용성을 크게 개선한 차세대 원전으로, 기존 원전과 달리 입지의 제약이 덜하고 활용도가 높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협업 중인 미국의 뉴스케일은 지난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표준설계인증을 취득한 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하반기 중 SMR 본 제품 제작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원전 생태계 활성화 등을 위해 관련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투자자와 함께 뉴스케일에 1억4백만달러, 우리돈 1315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으며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했다. 현재 뉴스케일파워 외에도 작년 9월 엑스에너지(X-energy) 등과 SMR 제작설계 용역 계약을 맺은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투자 발표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SMR 시장 공략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제작 설비를 확대할 방침이다.
 
두산은 SMR과 함께 탄소중립 에너지 발전의 중요 요소로 꼽히는 가스·수소터빈 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세계에서 5번째로 270㎿급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 이를 김포열병합 발전소에 설치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시범 운영한다. 현재는 380㎿급 가스터빈과 수소를 동력으로 삼는 수소터빈의 자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가스·수소터빈의 부품 국산화율은 90%가 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는 340여곳에 달하는 국내 협력사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퓨얼셀(336260)을 주축으로 펼치고 있는 수소사업도 투자 우선순위에 포함된다. 투자의 1차적 목표는 수소연료전지 제품군 구축인데, 두산퓨얼셀은 고체 산화물 연료 전지(SOFC) 제품 양산을 위해 지난 4월 새만금 산업단지에 50㎿ 규모의 SOFC 공장을 착공했다. 두산퓨얼셀은 2023년까지 해당 공장을 준공해 양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오는 2024년에는 발전용 SOFC, 2025년에는 선박용 SOFC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두산퓨얼셀의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기존에 진행하던 에너지 관련 사업 외에도 협동로봇·수소드론 등 미래형 사업과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사업·5G 안테나 소재 사업 등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도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등 자회사의 실적 개선과 재무 안정으로 투자 여력을 계속해서 확보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3조2042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5.54%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9459억원을 기록하며 204억원 적자였던 2020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9639억원 적자에서 6567억원 흑자로 개선됐다. 재무안정성 지표도 두루 좋아졌는데,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206.1%로 전년도보다 82.8%포인트 낮아지며 건전성 기준인 300%를 밑돌았다. 총차입금의존도는 2020년 42.6%에서 지난해 36%로 개선, 안정성 척도인 30%에 더 가까워졌다. 순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30.2%에서 22.6%로 줄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이 현금성자산의 약 1.74배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 기준 수주잔고도 작년 매출액보다 큰 13조5986억원을 확보하고 있어 재무안정성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과 한미 동맹 강화 기조의 혜택를 가장 많이 받을 기업 중 한곳으로 꼽힌다”라며 “연구개발과 증설을 위한 투자에서도 정부의 지원이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