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생명공학, 빚내서 빚 갚는다…주주 설득이 관건
전환사채 조기상환청구 대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적자지속으로 인한 현금창출 부진…재무구조 부정적
자금목적·최대주주 청약률 고려할 때 주주 참여 요인 낮아
공개 2022-05-26 08:5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에스디생명공학(217480)이 차입금 상환을 대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2019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영업손실로 인해 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우려와 재무부담까지 커지면서 결국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것이다. 유상증자 흥행이 필요하지만 주목적이 채무상환인데다가 최대주주의 참여율이 미확정이라 주주 설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디생명공학은 1900만주의 보통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예상모집가액은 주당 1855원으로 총 325억4500만원을 조달을 목표로 한다.
 
 
 
유상증자의 목적은 채무상환이다. 210억원 규모의 1회 전환사채와 170억원 규모의 2회 전환사채의 조기상환청구에 대응한다. 1회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은 4176원, 2회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3378원인데 현재 에스디생명공학의 주가는 2035원(23일 종가)으로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다.
 
조기상환청구 가능 기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1회 전환사채는 오는 10월30일부터, 2회 전환사채는 내년 6월18일부터다. 그럼에도 선제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현재 실적이나 재무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인 ‘신한회계법인’은 에스디생명공학의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대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연결기준 매출은 줄어들고 있으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화장품 소비가 위축된 탓이다.
 
2018년 매출 1566억원과 영업이익 103억원에서 2019년 매출은 1563억원으로 소폭 줄었고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후 매출은 2020년 1407억원, 2021년 1247억원으로 감소세였고 영업이익은 2020년 -37억원, 2021년 -348억원으로 적자를 유지했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196억원으로 적자전환 한 후 2020년 -98억원, 2021년 -451억원을 지속했다.
 
연결 매출의 40%(작년 기준)를 차지하는 14개 종속기업의 부진이 뼈아팠다. 이들의 지난해 영업손실합은 97억원, 당기순손실 합은 123억원에 달했다. 종속회사 대부분이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화장품 영업에 나서고 있어 코로나19 타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매출은 2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9% 줄었고 영업이익은 -61억원, 당기순이익은 -71억원으로 여전히 손실이 지속됐다.
 
부진한 수익성은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졌고 차입부담 증가와 유동성 우려가 발행하게 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67억원 유입 후 2020년 46억원, 2021년 173억원, 올해 1분기 48억원의 유출이 나타났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2019년 -75억원, 2020년 -97억원, 2021년 -20억원, 2022년 1분기 -40억원이 꾸준히 기록하면서 전체 현금흐름을 위해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2019년 6억원, 2020년 168억원, 2021년 200억원, 올 1분기 53억원의 유입을 발생시켰다.
 
2019년 부채비율 42.64%와 차입금의존도 18.03%로 적정기준(부채비율 200%, 차입금의존도 30%)을 밑돌았지만 2021년에는 부채비율 199.06%와 차입금의존도 47.55%까지 상승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48.88%, 차입금의존도는 51.42%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뛰어넘었으며 유동성 비율은 2021년 94.91%, 2022년 1분기 84.58%로 유동성 우려가 존재한다. 여기에 1분기 말 기준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포함)은 382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5%에 달했고 현금및현금성자산(118억원)보다 많은 상태다.
 
 
 
이에 에스디생명공학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중요하며 청약 흥행이 필요하다. 대표주관회사인 BNK투자증권이 잔액인수인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유상증자는 문제없이 끝날 수 있지만 실권수수료가 15%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 순수 조달금액은 줄게 된다.
 
다만 주주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회사의 성장이나 수익성 개선 등을 위한 유상증자라고 하기에는 자금사용 목적이 채무상환에 한정돼 있다. 물론 1, 2회 전환사채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조달 자금을 건강식품 사업 운영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주가를 고려했을 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적 개선도 변수가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해 화장품 시장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있으나 지정학적 위험(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중국봉쇄, 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긴축 정책 등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연결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종속기업의 경우 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환율변동 등의 이슈도 있다.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일반 주주의 유상증자 청약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대주주 참여율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증권신고서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보유주식 담보대출, 신주인수권증서 매도 등을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금융기관과의 협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신주인수권증서의 가격수준을 알 수 없는 등 청약자금 수준을 예상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해 진출한 건강식품사업을 통한 매출 회복과 수수료가 높은 홈쇼핑 판매경로를 줄이고 라이스커머스에 집중하는 방식의 수익구조 개선으로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에스디생명공학 관계자는 <IB토마토> “전환사채의 조기상환권 행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유상증자 결정”이라며 “유상증자와 관련, 주주들의 청약률을 높일 별도의 IR 등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