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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호 딜로이트 안진 파트너
‘규제’ 중심 표준화는 단점 존재
민간영역 활동 통한 추진해야
규모에 따른 ESG 격차는 지원 필요
공개 2022-05-16 06: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ESG가 발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표준화가 아니라 ‘자율’과 ‘포용’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ESG는 누구나 참여해 원칙과 기준, 지침과 지표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태호 딜로이트 안진 파트너. (사진=김건 기자)
 
ESG는 현재 대표적인 경영지표로 자리 잡았다.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서 ESG는 필수요소가 됐으며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ESG를 강조하고 있다. ESG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ESG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평가 기준에 대한 표준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ESG에 많은 기준과 표준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를 모두 수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딜로이트 안진 리스크자문본부에서 ESG 경영 전략과 체계 구축, 진단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는 박태호 파트너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표준화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표준화가 기업들의 이 같은 고민의 해답이 되기에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공공 중심의 표준화는 규제적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민간 영역의 글로벌 이니셔티브(계획) 활동을 통해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규제 이상으로 지킬 필요가 없다는 부문이 단점으로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태호 파트너는 “ESG영역에서 글로벌 표준으로 인식하는 것들이 많지만 이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맞춰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태호 딜로이트 안진 파트너와의 일문일답이다.
 
박태호 딜로이트 안진 파트너. (사진=김건 기자)
 
-ESG와 ESG 경영이 중요한 이유를 듣고 싶다.
△기업 ESG 경영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경제적 주체로서 역할, 재무성과를 높이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현재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범위가 넓어졌고 그들의 인식도 높아졌다. 기업의 경제적 성장에 따라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환경, 사회적 이슈는 인류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기업에게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어떤 변곡점이 추가로 생기지 않는다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딜로이트 안진의 ESG 컨설팅 서비스 사업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ESG 경영을 시작하려는 기업이거나 이미 ESG를 추진하면서 직접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ESG 경영을 시작하기 위해 복잡한 정책 및 규제, 공시와 평가, 각종 이니셔티브까지 대응해야 할 ESG 이슈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ESG 경영 전략 수립, ESG 평가 자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자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ESG 특화 이슈로 들어가서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대응 전략, ESG 채권 인증과 해외협력개발 자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SG 컨설팅 서비스에 있어 딜로이트 안진이 갖고 있는 차별화나 장점은 무엇인가?
△한국 딜로이트 그룹 ESG 센터를 중심으로 전사 차원에서 총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ESG는 컨설팅 시장에서 향후 중요한 비즈니스로 판단하고 있으며 감사 본부와 리스크 자문 본부 등 다양한 본부별로 확보하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발전시켜 전문성을 발휘, 함께 협업하여 시너지를 높여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초안(Draft)이 발표된 것처럼 향후 ESG 컨설팅에서 회계법인의 역할이 커질 것에 맞춰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ESG 평가를 두고 전통적인 회계의 위기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회계의 영역이 확대되는 좋은 기회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여기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ESG 컨설팅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비재무적 요소를 어떻게 하면 재무적 요소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다. 기업이 재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SG 평가도 수치와 등급으로 표시되기에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계법인의 가장 큰 강점은 재무적 요소에 강하다는 점이고 이런 강점들이 분명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본다.
 
-ESG 등급이 신용등급보다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ESG채권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생긴 지적이다. ESG채권은 환경·사회적인 정량 성과가 창출 가능한 구체적인 사업에 투자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특수목적 채권이다. 일반적인 채권보다 발행조건이 까다로우며 이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한 외부인증으로 인해 일반채권 대비 수수료 부담이 추가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ESG채권 관리체계에 대한 사전인증과 ESG채권 사용내역에 대한 사후인증을 모두 획득한 ESG채권의 경우 일반채권보다 더 발행과 관리가 까다로운 대신 환경·사회 성과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사후인증을 받지 않은 ESG채권은 그린워싱의 우려가 일부 존재하는 만큼 사용내역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후 검증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사후 검증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의 영향 등에 대해 알고 싶다.
△사후인증은 기 발행된 ESG채권에 대해 자금 배분내역과 배분자금으로부터 창출된 환경·사회적 정량 성과를 회사가 제시하면 이를 인증하는 업무이다. 딜로이트 안진은 국내 최초로 ESG채권에 대한 사후인증을 전문팀(한국공인회계사로 주요인력 구성)에 의해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가 올바른 정보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보다 낮은 등급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증보고서 자체를 제시하지 않는 ‘All’ or ‘Nothing’ 접근을 취하고 있다.
 
-기업의 크기에 따라 발생하는 ESG 격차에 대한 생각이나 해결방안 등을 듣고 싶다.
△ESG 경영에 대한 필요성이나 가치가 기업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기업에게 ESG 경영은 중요하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아젠다라고 생각하지만 기업의 규모에 따라 ESG 격차는 분명 존재하고 그것은 산업의 구조적 측면에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격차를 중소기업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는 없을 것이고 정부나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ESG 경영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는가? 우수한 ESG 경영 사례도 소개 바란다.
△우리나라의 ESG 경영 수준이 아주 높다고 판단하기는 다소 이른 것 같다. 물론 일부 대기업의 ESG 경영 수준은 글로벌 Top 수준이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평균을 내자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외부의 요구에 맞춰 단기간 내 대응하고자 정책과 지침 등 체계를 갖추는 것에 집중한 모습으로 실제 기업 경영 내부로 들어가면 제대로 정책과 지침에 따라 시스템이 돌아가고 프로세스가 완벽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SG 경영이 시스템화돼있으며 이를 구성원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수행하고 있는 기업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정 영역에 한정해서 사례를 하나 들자면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는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의 사례가 우수하다고 생각된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협력회사의 ESG를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체계와 프로세스도 갖추고 있으며 공급망 관련 탄소 간접매출원(Scope 3)을 2030년까지 30%를 감축하고 2025년부터는 부품, 제조, 물류 관련 협력회사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투자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