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관리 벗어났는데…건전성 위기 암초 만난 한화손보
금리 급등 속 매도가능증권 재분류 영향…RBC 비율 하락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빠른 회복세는 어려워”
공개 2022-05-09 08:50:00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올해 초 경영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정상화에 힘쓰고 있는 한화손해보험(000370)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최근 금리 급등 영향으로 채권 평가손익이 감소하면서 RBC(지급여력) 비율이 하락해 건전성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손보는 올해 초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내달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계획하는 등 자본확충에 노력하고 있지만, RBC 비율이 대폭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화손보의 RBC 비율은 176.9%다. 이는 전 분기 말 대비 14.4%p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보험사 전반적으로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RBC 비율이 감소하며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 자산포트폴리오 내 채권 비중이 높고, 평균 듀레이션이 10년 내외로 길어 금리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특히, 손해보험사 중 한화손보는 RBC 비율이 하위권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RBC 비율은 MG손보가 88.3%로 적정 기준인 100%를 밑돌아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어 흥국화재(000540) 155.4%, AXA손보 169.7% ,한화손보 순으로 RBC 비율이 낮았다.
 
생명보험사와 달리 손보사는 만기보유증권 비중이 높아 금리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RBC 비율 하락 위협이 큰 편이 아님에도 일부 손보사는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인 150%에 근접한 상황이다.
 
한화손보가 낮은 RBC 비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0년 유가증권 계정을 재분류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보험사는 금리 변동이 예상될 때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 비율을 방어할 수 있다. 다만 채권 재분류 후에는 3년간 변경할 수 없다.
 
한화손보는 만기보유증권 3조8421억원을 전부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만기보유증권은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취득 시점의 공정가액만 계산한다. 매도가능증권으로 채권을 분류하면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을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금리 하락 시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작년 말 기준 한화손보의 매도가능금융증권은 11조7974억원으로 전체 자산 20조1881억원 중 58.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손익이 줄면서 RBC 비율도 하락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하락한 RBC 비율에 대응하기 위해 올 초부터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22일 기준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2조3000억원 규모로 작년 말 기준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가 2조9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자본확충에 힘쓰는 모습이다.
 
한화손보도 자본확충 물결에 참여했다.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올해 초 자본확충을 진행한 손해보험사 중 가장 큰 규모다. 흥국화재와 메리츠화재(000060)는 신종자본증권 각각 200억원, 700억원을 발행했다.
 
여기에 한화손보는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약 15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와 달리 조달한 자본이 모두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건전성 관리에 있어 더 효과적이다.
 
작년 말 기준 한화손보의 지급여력금액은 1조9486억원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될 신규 자본 1500여억원은 지급여력금액의 7.6% 정도에 불과해 RBC 비율이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에 발행한 자본성증권의 상환 스케줄에 따라 RBC 비율을 구성하는 자본인정금액은 줄어들 예정이다. 잔존만기가 5년 이내로 남은 후순위채는 매년 자본인정액을 20%씩 차감하게 된다. 한화손보는 내년 6월 만기를 앞둔 12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보유하고 있다. 상환 스케줄에 따라 오는 6월 자본인정액은 256억원 감소하게 된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한화손보가 지속적으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업법과 보험업 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보험사 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은 직전 분기말 자기자본을 초과할 수 없고, RBC 비율 산출 시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의 25%까지만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초과금액은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데, 이는 자기자본의 50%만 인정되고 RBC 비율 산출 시 가용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작년 말 기준 한화손보의 자기자본은 1조4840억원으로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발행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7420억원 정도이며,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은 3710억원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와 금리는 향후 수요예측을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라며 “이 밖에 건전성 관리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