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강자' 키움증권, 약점 WM·IB 살릴 묘수 있나
1분기 타 증권사 대비 선방···향후 전망은 물음표 달려
주식시장 점유율 높지만 WM 경쟁력 부족
RCPS로 자본규모 늘려···종투사 전환 시 신용공여 확대 기대
공개 2022-05-02 08: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1분기 다소 선방한 키움증권(039490)의 전망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채권평가손실 등과 관련한 폭풍이 크지 않아 단기간 악재는 피했지만, 투자중개에 치우친 수익구조가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올해 종합금융투자사 인가를 목전에 둔 키움증권이 사업 확장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고 퀀텀점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1분기 예상 순이익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1781억원 안팎이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005940)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3%, KB증권이 48.3% 하락하는 등 증권업계의 반토막 난 성적표와 비교하면 다소 선방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진=키움증권 홈페이지 캡처)
 
손실 폭이 타사 대비 크지 않은 데는 ‘채권평가’ 영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해 말 키움증권이 보유한 기준 국채와 회사채를 비롯해 공정가치 측정 채무증권 규모는 전체 9조5322억원에 그친다. 전체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24조3750억원 대비 39%다. 채권을 대거 보유한 증권사들이 금리 상승으로 큰 폭의 평가손실을 내며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지만, 키움증권은 보유 채권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익 이익 변동성이 작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식 거래대금 하락에 따른 브로커리지 감소를 해외주식과 파생에서 상당 부분 만회했다”라면서 "채권 규모와 ELS 자체 헤지 비중이 낮은 만큼 트레이딩 손실 부담도 타사 대비 크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1분기 이후 향후 이들의 수익성을 따져보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목표가를 하향하는가 하면 ‘홀드’ 중립 의견을 내놓으며 물음표를 제기하는 곳도 생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분기 예탁원을 통한 일평균 장내·외 주식 결제 대금은 1조8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7200억원) 대비 31.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미국의 긴축 행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자 주식 거래도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시가 침체기에 접어들며 증권사에 효자로 군림했던 위탁매매(투자중개)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키움증권은 국내 중형 증권사로 주식 투자중개 부문에 특화 한 기업이다. 높은 수수료율 경쟁력과 온라인과 모바일 거래에 특화된 영업전략 등을 바탕으로 온라인 위탁매매 시장을 선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가 확대된 코로나19발 호황을 맞으면서 키움증권의 2021년 3분기 약정액 기준 국내주식 시장점유율은 30.4%, 해외주식 점유율은 28.2%까지 끌어올렸다.
 
(사진=키움증권 홈페이지)
 
단, 이 같은 경쟁력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통한다.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투자중개/자산관리(WM)/IB/운용 등으로 나뉘는데 키움증권의 경우 영업순이익(투자중개·자산관리·IB·운용, 기타부문 제외)에서 투자중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달해 수익구조 편중이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투자중개와 대조를 이루는 가장 취약한 사업은 자산관리(WM) 부문이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영업수익 중 WM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중형 증권사 대신 5.4%, 유안타 5.7%와 비교해 최하위 수준을 보였다. 증권사 WM은 고객의 자산을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업무를 전개하는데 주로 ELS(주가연계증권)나 펀드, 랩어카운트(투자일임) 등의 금융상품을 판매·취급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일례로 키움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랩 잔고는 약 3.9조원, 신탁잔고는 약 6조원 규모로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 총잔고가 150조원을 넘었다는 점에서 운영 규모가 다소 열위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키움은 올해부터 신탁업 확장이 가능해진 만큼 WM 비즈니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목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에 신탁업 변경 인가를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 승인을 받았다. 기존에 키움은 법인 신탁업만 영위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 비로소 비대면 개인을 대상으로 한 특정금전신탁업이 허용된 것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수탁고는 310조원으로 전년 대비 23.7% 증가했다. 이는 은행과 보험사 등과 비교해 월등히 늘어난 수치로 수탁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키움증권은 최근 인기를 끄는 퇴직연금신탁 등을 취급하며 수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B 확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IB부문 매출은 2019년 1330억원→2020년 151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4% 늘어난 278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다만 전체 영업순수익에서 IB부문이 커버하는 비중은 20.6%→12%→지난해에는 18%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종합금융투자사’로의 전환이다. 키움은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꾸준히 덩치를 키워왔다. 앞서 후순위채 1000억원, 지난해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4400억원을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본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3조8000억원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를 목전에 앞두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 등극 시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신용공여’다. 종투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신용공여를 할 수 있어서다. 증권사는 예탁된 주식, 채권, 수익증권 등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신용융자나 주식담보대출을 해주거나, 기업신용공여(인수금융 등), 헤지펀드 신용공여 등을 확대해 IB 수수료 수익 범위를 늘릴 수 있다.
 
관건은 ECM 부문이 얼마나 성장해 주느냐다. 정통 IB 사업으로 불리는 IPO 주관과 관련해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IB업계에 따르면 2020년 키움증권이 주관한 IPO는 580억원, 지난해에도 1200억원 수준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심지어 올해 1분기에는 스팩상장으로 단 1건(64억원)을 주관하는 데 그쳤다. 중대형 증권사라인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에 뒤처졌을 뿐만 아니라 자기자본 1조원 미만 DB금융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WM의 경우 (회사가) 온라인 베이스다 보니 지점이 있는 곳보다는 성장세 측면에서 다소 더딘 편이 있지만, 지난해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서비스와 마이데이터 등을 확대하며 계속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ECM부문과 관련해서는 ”IPO는 코로나 특수 상황으로 이전보다 줄긴 했지만, 계속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어 향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