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힘 쏟는 KB증권, 미래에셋 독주 잡을까
KB증권, 인도네시아 밸버리 지분 인수···'KB밸버리증권' 출범
미래에셋, 브로커리지 등 힘입어 현지 1위···양사 경쟁 눈앞
한투·NH 등 현지서 '지지부진'···전망에 목소리 갈려
공개 2022-04-20 08: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글로벌 투자파트너를 꿈꾸는 KB증권이 ‘인도네시아’를 낙점했다. 홍콩과 미국 중심으로 운영되던 해외사업을 동남아 시장으로 다변화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신규 먹거리로서 글로벌 IB(기업금융) 기지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KB증권은 IT를 강화해 리테일 서비스 틈새를 파고들고, 그룹 계열사들과도 유기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해 압도적 현지 1위인 미래에셋증권(006800)과 경쟁한다는 목표다. 다만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아직 미래에셋을 제외한 국내 증권사들이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지 점령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인 밸버리(Valbury)증권 지분 65%를 약 550억원에 인수했다. 최근엔 사명도 기존 VSI(Valbury Sekuritas Indonesia)에서 KB밸버리증권(KB Valbury Sekuritas)으로 바꾸는 등 발 빠르게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 = KB밸버리증권 캡처
 
2000년 출범한 밸버리증권은 인도네시아 중견 증권사다. 2021년 3분기 기준 밸버리증권의 연간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2.1%로 우수한 수익성을 보유한다. 전국에만 18개 지점망을 보유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역이 강점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인수 중개 등 업무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순조정운전자본을 달성해야 한다. KB증권의 투자로 밸버리증권의 순조정운전자본은 8690억 루피아(한화 750억원)로 현지 업체들 대비 양호한 재무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네시아는 산업과 증권을 망라하고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국가로 손꼽힌다. 우선 인구가 2억7000만명으로 중국과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에 달한다. GDP 규모도 아시아에서 일본과 인도, 대한민국 다음으로 4번째로 높은 세계 16위권이다. 특히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매우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중에서 Z세대(1997년~2012년 출생)는 27.94%,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 출생)는 25.87%에 달한다. MZ세대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만큼 금융시장에서 잠재력이 큰 나라로 일컬어진다.
 
그동안 KB증권은 해외사업에서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KB증권은 1990년대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 가지를 뻗었다. 이들은 홍콩법인에 KB금융그룹 편입(2016년) 후 지난해까지 1억6000만 달러(1970억원)를 유상증자하고, 베트남법인에도 KB증권 자회사 편입(2017년) 후 지난해 714억원을 비롯해 총 1455억원을 쏟아부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펼쳤다. 다만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116억원, 홍콩은 9억5300만원 순이익에 그쳤다. 심지어 미국 법인은 3억4700만원 적자를 냈다.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은 미래에셋증권이 꽉 잡고 있다. 미래에셋의 인도네시아법인(PT. Mirae Asset Sekuritas Indonesia) 순이익은 2020년 218억원에서 지난해 308억원으로 41% 뛰어올랐다. 지난해 기준 약 10.48% 시장점유율로 현지 1위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데다, 올해 1월 기준 순조정운전자본(MKBD) 규모는 1조7500억 루피아(한화 1508억원)로 증권사 중 가장 크다. 특히 리테일 부문이 강하다. 현지 젊은 층을 공략해 증권사 최초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선보이며 업계를 선도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덩치만 보면 후발주자 KB가 미래에셋에 다소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KB는 계열사 ‘시너지’라는 히든카드를 활용한다는 목표다. KB금융(105560)그룹은 1990년대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부코핀), KB캐피탈, KB국민카드를 연달아 인도네시아 시장에 보냈다. KB증권을 포함해 단일 국가에 금융지주 내 5개 계열사가 진출한 나라는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소위 그룹 가족들이 한곳에 모인 만큼, 이들이 쌓아온 빅데이터를 분석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고 계열사가 갖는 네트워크 등을 공유하면 효율적인 영업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반면에 상황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짙다. 미래에셋을 제외한 국내 증권사들이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어서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두고 영업을 전개하는 국내 증권사는 미래에셋 외에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등 상당수다. 한국투자증권 인도네시아법인(PT Korea Investment & Sekuritas Indonesia)은 2019년 16억원 적자를 낸 후 지난해에도 18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턴어라운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인도네시아(PT. NH Korindo Securities Indonesia)에서 191억원 순손실을 냈다. 인도네시아 법인 순자산가액이 장부가 대비 70%를 하회하여 375억원 손상을 인식하면서 순손익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KB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리테일 중심의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IT 기반 디지털 중심 전략으로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IB 부문을 육성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