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형일 기자] KB국민은행이 당국의 규제 대응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은행들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여타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시현하며 유동성 불안을 덜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잔존만기가 짧은 예수금이 많았지만, 차질 없이 수신을 확보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사진=KB국민은행)
LCR은 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현금유출-현금유입)에 대한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예수금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을 뜻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의 일환으로 LCR 규제를 완화했으나 오는 7월부터 통합LCR을 100%로 단계적 정상화하고 외화LCR은 80%를 적용키로 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민은행의 통합LCR은 90.52%, 외화LCR은 111.57%로 집계됐다. 동기간 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통합LCR과 외화LCR이 각각 88.91%, 108.79%인 것을 고려하면 견조한 수준을 시현한 셈이다. 국민은행은 해당 지표가 매우 높았던 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DGB대구·제주은행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들 지방은행의 평균치는 통합LCR 101.01%, 외화LCR 214.26%로 도출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잔존만기가 짧은 예수금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예대율이 높게 산출됐다. 즉 수신 규모 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뜻으로 확보에 나서야 여신 확대 여유도 생긴다는 의미다. 예대율은 예수금 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이다. LCR 규제와 마찬가지로 5%p이내 위반에 대해 제재가 면제되는 등 완화 조처가 내려졌지만, 오는 7월부터 규제가 정상화됨에 따라 은행권은 1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작년 말 국민은행은 LCR 정의상 만기없음 예수금 규모가 125조5579억원으로 드러났다. 전체 예수금이 218조706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57.4%에 해당하는 수치다. 만기없음 예수금은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포함된다. 아울러 작년 3분기 은행별 예대율은 국민은행 100.1%, 신한은행 98.8%, 하나은행 98.6%, 우리은행 98.4%로 확인됐다.
반면 여타 시중은행의 잔존만기는 비교적 길게 조사됐다. 작년 신한은행의 만기없음 예수금 비중은 56.1%(86조7405억원)를 가리켰으며 하나은행은 54.8%(54조5125억원), 우리은행은 65.6%(81조6094억원)를 기록했다. 잔존만기가 가장 긴 구간인 1년 이상도 신한은행 1.8%(2조7427억원), 하나은행 0.4%(3496억원), 우리은행 0.4%(5135억원), 국민은행 0.3%(7159억원)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수신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예수금은 은행에서 특판을 진행하면 급격히 불어난다”라며 “예대율 관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 정부와 은행권이 정책금융상품인 청년희망적금을 내놓으면서 예수금이 대폭 늘어났다”라고 덧붙였다. 청년희망적금의 월 최대 납입액은 50만원으로 만기는 2년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민은행 스타뱅킹 20대 여성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전월 대비 21만924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 쏠(SOL)은 8만3909명, NH스마트뱅킹은 9만2342명, 하나원큐는 7만8319명에 그쳤다. 증가율도 각각 12.52%, 7.28%, 5.37%, 10.26%를 가리켰다. 국민은행을 통한 청년희망적금 가입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작년 국민은행의 원화예수금 평균잔액은 302조2415억원으로 전년 280조7371억원 대비 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화대출금 평균잔액은 303조9297억원, 284조7501억원으로 6.7% 늘어났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의 원화예수금·대출금 평균잔액은 각각 8.6%, 9.6% 확대됐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