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영업정지금액, 작년 매출의 90%···실적 타격 우려
서울시, HDC현산에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
영업정지금액·신뢰도 추락·후속 처분 고려시 실적 우려↑
공개 2022-03-30 16:18:45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HDC현산)이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HDC현산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의 추가적인 처분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수익성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 영업정지공시 발췌.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4월18일부터 12월17일까지 8개월간 영업이 정지된다. 이는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에 대해 서울시가 HDC현대산업개발에 내린 행정처분에 따른 것이다. 해당 사고로 인해 건물이 덮친 버스의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HDC현산이 공시를 통해 밝힌 영업정지 사유는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제2항제5호와 같은 법 시행령 제80조제1항에 따른 부실시공’이다. 해당 법령에서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가 발생하거나, 일반 공중에 인명피해를 끼친 경우 영업정지 8개월을 처분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 측도 이날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 요청에 따라 HDC현산에 대한 의견 제출과 청문 등을 거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을 적용해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HDC현산에 대한 처분 사유로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해 구조물 붕괴 원인을 제공한 점 △현장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한 점 등을 들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영업정지 1개월을 가중해야 하지만, 최근 3년 이내 제재 처분이 없으면 1개월 감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반영해 8개월로 처분했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이번 처분에 따라 HDC현산은 4월18일부터 8개월간 입찰 참가 등 영업활동이 제한된다. 다만 이미 도급계약을 체결해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 계속 시공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HDC현산의 올해 실적과 수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HDC현산이 공시한 영업정지금액이 약 3조398억8260만원 규모로 지난해 매출액의 90.4%에 달하기 때문이다. 추락한 신뢰도와 서울시의 후속 처분으로 인해 영업정지 이후에도 수주에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HDC현산이 실적과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C현산이 앞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는 행정처분은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에 대한 처분과 지난 1월 있었던 사망사고에 대한 처분 등이다. 올해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HDC현산이 시공 중인 아이파크 아파트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6명이 사망했는데, 서울시는 이에 대해 6개월 이내 등록말소 등 강력한 처분을 고려 중이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에 대한 처분은 관할 자치구의 처분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서울시는 광주광역시의 관련 통지를 받은 후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HDC현산은 “피해 유가족·협력사·주주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사고를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공시에서는 이번 행정처분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행정처분 취소소송 판결 시까지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시와 국토부의 강경한 태도, 여론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이 HDC현산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라면서도 “HDC현산 입장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기에, 결과와 상관없이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