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통합 생보사, 내년 초 출범 선언…1년 만에 결과 만들까
양사 직원 규모·임금 등 차이 크지 않아…빠른 합병 가능
방카슈랑스·설계사 등 주요 판매 채널 상이…혼란 적을 것
공개 2022-03-23 08:50:00
KB생명(왼쪽)과 푸르덴셜생명. (사진=KB금융)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105560) 품에 안긴 지 2년 만에 KB생명보험과 통합을 추진한다. 작년 7월 출범한 신한라이프가 통합에 2년여의 세월을 소요한 데 비해 KB금융은 1년 안에 통합법인이 탄생할 예정이다. 양사 자산 규모와 직원수, 임금 등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KB생명은 방카슈랑스를 중심으로, 푸르덴셜생명은 설계사를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통합으로 인한 부서 간 혼란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내년 초를 목표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9월 말 기준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총자산은 각각 10조8365억원, 23조7060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자산 규모는 34조5425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중위권에 해당하는 8위를 차지하게 된다. KB금융은 1년간 업무 공간과 IT 통합 등 물리적 통합뿐만 아니라 기업문화 융화 등 화학적 결합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는 신한지주(055550)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하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을 소요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신한지주는 합병을 위해 양사 임원진이 참여한 TF위원회를 만들어 시스템 통합을 진행했고, 작년 7월 신한라이프 합병을 마무리한 후에도 내부적으로 재무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KB금융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통합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직전인 작년 6월 말 양사의 자산 규모는 각각 31조9681억원, 34조5972억원으로 당시 생보업계에서 6위, 8위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자산 규모는 2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대형 생보사 간 합병보다는 소형사가 중형사로 흡수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상대적으로 통합에 걸리는 시간이 짧을 수 있다”라며 “다만 통합을 위해 금융당국 인가 등 법적 절차에 최소 1년이 소요된다고 가정했을 때, KB금융이 말한 내년 초 통합을 지키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KB금융 통합 생보사 출범은 금융지주 계열사 생보사와 외국계 보험사와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신한라이프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신한라이프 합병 당시 신한생명은 기수 문화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조직문화를 갖고 있었던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중심을 이뤘다. 신한라이프는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융합시키는 차원에서 부서 간 교류와 ‘애자일 방식’을 적용한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신한라이프는 대형 생보사 통합으로 임직원 규모와 임금체계가 차이를 맞춰나가는 과정도 길었다. 신한생명은 복리후생비가 우수했지만, 오렌지라이프는 기본급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임직원 규모와 임금이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통합 과정에서 불협화음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양사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B생명의 임직원 수는 총 351명이며 평균 급여는 8700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푸르덴셜생명 임직원 수는 KB생명보다 2배 정도 많은 502명이지만, 평균 급여는 9000만원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통합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갈등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라이프 합병 당시 임금체계에 불만을 가졌던 오렌지라이프 노동조합은 합병 이후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양사 모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아 노사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KB생명 관계자는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 작년부터 IT 통합 시스템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양사 합병을 위한 TF를 구성 중이다”라며 “푸르덴셜생명 브랜드 사용 기한이 올 연말까지로, IT 부문과 함께 회계 통합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KB생명은 통합 과정에서 업무 범위가 겹쳐 생기는 혼란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생명은 방카슈랑스(은행판매보험)와 GA(법인보험대리점) 등 중심의 판매 채널을 영위하고 있고, 푸르덴셜생명은 전속설계사와 GA 채널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GA 채널이 유일한 교집합이지만, 주력 판매 상품은 다르다. KB생명은 GA를 통해 종신상품을 주로 판매하지만, 푸르덴셜생명은 달러상품을 주로 판매한다.
 
KB금융은 ‘원펌(One-firm)전략부’를 통해 양사가 순조롭게 통합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통합생보사 사명을 결정하고, 통합 생보사 사장은 올 연말 전후로 발표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주 차원에서 양사 차이가 있던 기업문화나 임금 등을 통합 과정에서 잡음 없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라며 “또, 합병을 위한 법적인 지원을 최대한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