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생명, 수익성은 잡았는데…건전성 위험 잠재울 수 있나
RBC 비율 155%…23개 생보사 중 최하위 기록
보장성 보험 중심 포트폴리오…IFRS17 오히려 유리
공개 2022-03-11 06:00:00
(사진=DB그룹)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DB생명보험이 작년 우수한 운용자산수익률을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지만, 국내 23개 생명보험사 중 최하위 RBC(지급여력) 비율을 기록해 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부터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새 국제회계제도)과 K-ICS(신지급여력제도)가 적용되면 건전성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DB생명은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IFRS17 도입 시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생명은 작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3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7.2% 증가한 수준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는 자산운용 수익 증가와 사업비 지출 규모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9월 말 기준 DB생명 총자산 10조6431억원 중 운용자산은 9조9033억원으로 자산운용률은 93.05%다. 전년 말과 비교해 자산운용률이 1.3%p 커졌다.
 
운용자산 규모를 확대하며 수익률도 올랐다. 같은 기간 DB생명의 운용자산수익률은 3.3%로 전체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수익률인 3.0%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DB생명은 대체투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이자 관련된 수익이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업비 지출 규모도 줄였다. 작년 9월 말 기준 총사업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1.6% 줄어든 257억원으로 집계됐다.
 
DB생명이 작년 좋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재무 건전성은 국내 생보사 중 가장 떨어져 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작년 9월 말 기준 보험사별 RBC 비율을 살펴보면, DB생명이 전 분기 말 대비 6.2%p 하락한 155.3%를 기록했다.
 
RBC 비율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보험사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보험업법에서는 RBC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 영향으로 같은 기간 전체 생보사 평균 RBC 비율도 전 분기 말 대비 11.1% 하락한 261.8%로 나타났다. 하지만, DB생명은 업계 평균과 비교해도 건전성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적정 RBC 비율인 150%에 근접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또, 내년부터 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 건전성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IFRS17과 K-ICS는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된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될 경우 과거 고금리 상품 계약을 많이 한 보험사들은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지난 2020년 DB생명은 RBC 비율 관리 차원에서 4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과 151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2020년 말 RBC 비율은 191.3%까지 오르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작년 금리 상승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2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지급여력금액이 줄고, 신규투자 증가에 따른 신용위험액 증가 등으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늘면서 RBC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업계 최하위 수준의 RBC 비율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DB생명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내년 도입 예정인 IFRS17과 K-ICS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재편했다는 것이다.
 
IFRS17에서 저축성 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 부분이 매출로 인식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은 부채가 늘어나게 되는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기보다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DB생명의 일반계정(보장성+저축성)과 특별계정(퇴직연금+변액보험)을 더한 총보험료수입은 1조3298억원이다. 이중 보장성 보험은 1조61억원으로 75.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저축성 보험은 1005억원으로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장기간에 걸쳐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였기 때문에 IFRS17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타격이 크지 않으리라는 것이 DB생명의 설명이다.
 
D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개선했으며, 이는 IFRS17과 K-ICS 도입 시 건전성에 지금보다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추가적인 자본확충에 대해서는 계획하고 있는바 없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