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소 사업 잰걸음…친환경 기술 8리버스에 1200억 투자
미국 자회사 통해 8리버스 유증 참여···지분 12% 확보 예정
8리버스 차세대 탄소포집 기술의 아시아 독점 사업권 따내
공개 2022-03-08 16:38:53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034730)㈜ 머티리얼즈가 미국 친환경 기술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업계에서는 SK가 이번 지분 투자로 수소 관련 기술을 확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수소 가치사슬 완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SK(주)의 Tillandsia 지분 취득 공시, Tillandsia 지분 매입 목적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탄소·수소 기술 기업 8리버스의 지분 확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는 ‘Tillandsia’의 주식 1000주를 약 1226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Tillandsia는 SK의 100% 자회사로, 미국 현지 투자·사업관리를 위해 지난 2월22일 신규 설립됐다. SK는 발행회사 신주 1000주를 유상증자 방식으로 취득할 예정이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14일이다. 
 
SK가 Tillandsia 지분을 매입하는 이유는 차세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을 보유한 미국 8리버스(8Rivers)사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SK 측은 “자체 유상증자 후 Tillandsia는 블루수소와 청정 전기 생산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8리버스 캐피탈 LLC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분투자 예정 금액은 1억달러, 우리돈 약 1200억원 규모다. 투자 후 SK㈜ 머티리얼즈의 8리버스사 보유지분율은 약 12%다.
 
캠호시(Cam Hosie) 8리버스 CEO와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이 투자계약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SK머티리얼즈
 
200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설립된 8리버스는 이산화탄소(CO2) 저감 특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초임계 CO2 발전 기술과 블루수소 제조 기술 등 청정 전기·수소연료 부문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고 있다. 
 
SK가 8리버스에 투자하는 이유도 이 기술력 때문이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 기술들은 별도의 CO2 포집 설비를 설치해야 해서 따로 부지가 필요했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반면 8리버스의 기술을 활용하면 CO2를 초임계화해 발전기 터빈을 구동할 수 있고, 연료 연소 시 추가 발생하는 CO2도 별도 포집 설비 없이 분리해 청정 전기 생산할 수 있다.
 
8리버스는 수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를 저온에서 액화 분리해 블루수소를 제조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CO2 포집률을 최대 99%까지 달성,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를 통해 SK㈜ 머티리얼즈는 8리버스가 보유한 차세대 CCUS기술의 국내와 아시아 지역 독점 사업권을 보유하게 된다. 글로벌 프로젝트와 신기술 개발 등에 대한 우선 참여권도 갖는다. SK㈜ 머티리얼즈는 이를 활용해 우선 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충분한 CO2 저장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8리버스와 합작회사(JV)를 설립, 클린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8리버스의 기술을 적용한 플랜트 건설을 통해 블루수소와 청정 전기를 동시에 판매하므로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블룸SK퓨얼셀 구미 제조공장 내 설치된 130kW 규모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 실증 설비. 사진=SK에코플랜트
 
SK는 현재 SK E&S·SK가스(018670)·SK디앤디(210980)·SK에코플랜트 등을 통해 수소 생산·유통·충전·연료전지 등을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지난달 미국 블룸에너지·블룸SK퓨얼셀과 함께 국내 최초로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친환경 수소 생산 실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수소 관련 사업의 경우 아직 기술과 인프라가 성숙하지 않은 만큼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라며 “SK도 이를 염두에 두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