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소재 앞세운 SK…수소에 주목하는 까닭은
미국 수소업체 플러그파워·모놀리스 투자해 역량 확대
2050년 세계 수소시장 12조 달러 규모 성장
공개 2022-03-04 08:5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SK(034730)(주)가 오는 2025년까지 첨단소재 영역에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조3000억원을 이루겠다고 알리며 투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SK는 SK머티리얼즈(036490) 등 반도체 소재 사업의 성공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인 동박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인 첨단소재분야에 집중하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 중이다. 특히 수소사업 육성을 위한 공격 경영을 펼치고 있어 SK그룹이 그리는 청사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한 최태원 SK회장(가운데)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오른쪽). (사진=SK)
 
2일 SK에 따르면 올해 다양한 산업 영역에 흩어진 포트폴리오를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 영역 중심으로 재편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첨단소재의 경우 SK의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096770)을 통한 외연 확장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50% 이상의 지분가치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해 처음으로 SK그룹은 현대차(005380)를 누르고 대기업 집단 순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첨단소재 분야가 SK에게는 중요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게 됐다. 먼저 배터리 부문은 이미 전기차 시장이 개화기에 접어들면서 완성차 업체들 역시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순수전기차에 몰두하는 등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에 SK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인 동박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2019년 투자한 와슨(Wason)과 2020년 SKC(011790)가 인수한 SK넥실리스를 통합 운영하면서 동박 분야에서는 생산량 기준 글로벌 1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 인수를 통해 소재 라인업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SK의 다음 미래 먹거리는 이제 수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투자회사를 표방하는 지주회사 SK는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지난해 상반기 투자 내역을 보면 매월 평균적으로 1건 이상씩 대규모 딜을 성공시켰다.
 
지난해 1월 수소전문 에너지기업 플러그파워에 약 9000억원, SiC 전력반도체 제조기업 예스파워테크닉스사에 268억원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했고, 3월에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4월에는 급속전기충전기 제조사 시그넷 EV 인수, 5월에는 차세대 리튬메탈 배터리 제조사인 솔리드 에너지시스템에 약 400억원을 투자해 첨단소재 역량 강화에 나섰으며, 6월에는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대량생산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 지분 매입에 나서는 등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모놀리스사 (사진=SK)
 
이 가운데 주목되는 분야는 플러그파워에 대한 투자로 자회사 SK E&S와 함께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는 앞서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한 생산·유통·공급을 한번에 가능하게 하는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로드맵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SK는 향후 5년간 1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상황이다.
 
SK가 수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성장성과 더불어 SK가 추진하고 있는 ESG경영과도 무관치 않다. 또한 SK가 추구하는 ESG경영 가운데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수소를 낙점한 데는 SK가 석유(Oil)와 천연가스(LNG) 등 기존 에너지 비즈니스 밸류체인 구축 경험을 통해 축적된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도 있다. 현재 SK는 계열사와의 역량 결집으로 2025년까지 국내에 28만톤 규모의 친환경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미국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과 함께 경북 구미에 위치한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 내 130kW 규모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 설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친환경 수소 시험생산에 돌입했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생산과정 중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그린수소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추구하는 ESG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신재생에너지 사용이지만, 태양열과 해풍 등의 친환경 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인 만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물 등에서 순수하게 생산되는 그린수소가 지금의 천연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수소사업 현황. (사진=미래에셋증권)
 
다만 아직 그린수소는 생산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수소분야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부생수소는 아직까지 석탄 등의 기존 원료를 통해 생산되는 것들이 대부분으로 그린수소의 경우 생산량도 적고 원가가 높다는 점에서 원가 절감 등의 개선을 통해 늘려나가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수소 시장을 1250억 달러(약 149조원) 규모로 추정하면서 오는 2050년에는 세계 수소시장 규모가 12조 달러(약 1경4234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면서 지금의 천연가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 측은 그린수소를 비롯해 향후 신재생에너지의 비효율을 제거해 경제성을 높이는 에너지솔루션,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리사이클링(재활용), 친환경 대체식품 등 다양한 기술 기반의 환경 특화 비즈니스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IB토마토>에 “ESG경영 차원의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속하고 있다”라며 “그 가운데 수소 분야는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로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정된 투자 계획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