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이냐 건전성이냐…'주담대 출시' 카뱅, 선택의 기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과 규모 양분 불가피
중저신용자대출 확대로 건전성 악화 부담 떠안아
공개 2022-02-18 08:50:00
사진/카카오뱅크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카카오뱅크(323410)가 야심차게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 진출을 예고한 가운데 수익성이냐, 건전성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시사하면서 비교적 금리가 높은 기존 여신부문과 리스크가 적은 주담대의 안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이익 성장이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 등에 따른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조2357억원으로 전년 14조3620억원 대비 0.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전·월세대출, 중저신용자대출 잔액이 제외된 수치로 이를 고려하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주담대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비상금대출 잔액을 14조8051억~14조9475억원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4~5%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송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었고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는 측면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또 “큰 폭으로 확대된 가계부채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주담대에서 발생하는 이문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7.45%,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6.14%로 산출됐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오는 22일 출시하는 변동형 주담대의 최저금리를 2%대로 책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1일 열린 ‘2021년 4분기 및 연간 경영실적 발표’에서 전체 가계대출 취급액의 절반 이상을 주담대로 채우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하지만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이익 성장이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온 터였다. 대신증권(003540)은 카카오뱅크의 성장세와 이익 개선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7만3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28.8%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SK증권(001510)도 목표주가를 6만4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15.6% 낮추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가치평가(밸류에이션) 하락과 가계대출 시장 성장성 둔화 등을 반영했다고 보탰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362억원으로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 573억원을 36.8% 밑돌았다.
 
이로 인해 카카오뱅크가 수익성과 건전성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의 경우 신용대출, 마이너스대출과 비교해 수익성 제고 측면에선 다소 불리하지만, 건전성 관리에는 도움이 된다”라며 “차주의 상환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은 후발주자인 탓에 대출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어려움 겪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확대를 조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업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건전성 악화 부담도 떠안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1조3982억원에서 4분기 2조4643억원으로 76.3% 증가했으며 동기간 연체 잔액도 각각 109억원, 118억원으로 8.3% 늘어났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저신용자대출 목표치를 전년 20.8% 대비 4.2%p 높은 25%로 정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카카오뱅크의 리스크 관리가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공격적인 중저신용자대출 확대 계획을 감안하면 리스크 관리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22%로 전년 동기 0.25% 대비 0.3%p 개선됐다. 하지만 은행권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내달 종료됨에 따라 차주 부실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송호근 카카오뱅크 주담대 스튜디오 팀장은 15일 진행된 ‘2022년 카카오뱅크의 방향과 주택담보대출 출시’ 기자간담회서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실제 수요가 있는 고객에게 주담대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대출 기준을 시세 9억원 이하 아파트로 제한했다”라고 언급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