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호재 만난 한화생명, 실적 돌파구 나오나
보험금 적립 부담 줄고 듀레이션 갭 축소 기대
채권 계정 재분류·후순위채 발행 등 변화 대응
공개 2022-01-26 08:55:00
사진/강은영 기자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지속된 저금리로 부침을 겪었던 한화생명(088350)이 금리 상승기를 맞아 생보사 빅 3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시도에 나선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 대한 보험금 적립 부담이 줄고, 듀레이션 갭도 축소되며 자산 건전성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한화생명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3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7%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입보험료,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가 증가하면서 보험이익이 개선됐다. 전체 수입보험료는 3조50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고, 신계약 APE는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45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형 생명보험사와 비교하면, 한화생명의 실적은 아쉬운 수준이다. 작년 9월 말 누적 기준 삼성생명(032830) 당기순이익은 8011억원, 교보생명 당기순이익은 546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한화생명이 최근 금리 상승기를 맞이하면서 다시금 생보사 빅 3의 위상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p 인상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년 10개월 만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기준금리 수준으로 돌아왔다.
 
금리 상승 흐름은 보험사들에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한 업력이 긴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자산운용을 통해서 나오는 금리보다 높아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 비용이 늘어나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화생명이 작년 3분기까지 쌓은 책임준비금 89조3200억원 중 6% 이상 고정금리 준비금 비중은 24%이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p 줄어든 수준이다. 금리 상승 흐름과 과거 고금리 계약의 만기도래로 한화생명이 평균부담금리는 전년 대비 0.07%p 개선된 4.37%를 기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한화생명은 고금리 확정형 준비금 비중이 높고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 저금리의 부정적 여파가 크게 나타났다”라며 “다만, 금리 인상으로 금리변화에 민감한 한화생명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자산 듀레이션 8.85년, 부채 듀레이션은 8.93년이지만 한화생명은 자산 듀레이션 10.25년, 부채 듀레이션 10.55년으로 상대적으로 길다. 교보생명은 듀레이션 기간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1%p 움직일 때 자산·부채 가치의 변동 폭으로,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보험사의 부리이율이 내려가 보험만기 시 지급보험금에 대비하면 할인율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부채 듀레이션과 자산 듀레이션 갭이 커지게 되면,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을 산정할 때, 금리위험액 부문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은 듀레이션 갭을 줄여 자산 건전성을 관리한다.
 
한화생명은 적극적인 ALM(자산부채종합관리)을 통해 듀레이션 갭을 줄였다. 작년 1분기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은 0.13년에서 2분기 0.63년, 3분기 0.06년으로 줄어들었다.
 
듀레이션 갭은 줄였지만, 대표적인 자산 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 비율 개선도 시급하다. 작년 9월 말 기준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193.5%로 전분기 대비 8.5% 감소했다. 삼성생명 311.3%, 교보생명 283.6%와 비교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추가로 RBC비율이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하지만 이를 커버하기 위해 변액보험 헤지, 고위험 자산 투자시기 조율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 기조가 계속될 경우, 채권 계정 재분류 등을 통해 자산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화생명은 자산 건전성 개선과 함께 디지털 사업을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MZ세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포인트 플랫폼을 통한 보험금 지급 서비스’로 기반으로 작년 8월 보험업계에서 최초로 ‘구독형 보험’을 선보였다.
 
구독 보험은 이마트·GS25·프레쉬이지 등과 협업을 맺고,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을 받는 일반 보험과 달리 매월 일정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다양한 신상품 출시와 함께 디지털 기반 영업 프로세스를 강화해 상품 및 채널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 내년 IFRS17(신회계제도) 시행을 앞두고 재무 전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