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1
미래 먹거리 찾아 나선 기업들…M&A시장 호황
이마트,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3조4400억원 투입
넷마블,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 M&A단행
중흥·DL케미칼도 조 단위 인수 동참
공개 2021-12-27 09:1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2021년 한국의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엔진을 찾아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들은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막대한 실탄을 쏟아내며 포스트코로나 대비를 철저히 하는 모양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국내 기업들은 미래시장을 겨냥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1년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500대 기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M&A에 사용한 금액은 28조82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6099억원과 비교해 128.6%(16조2129억원) 증가했다. 인수 건수 자체도 126건으로 지난해 96건보다 30건(31.3%)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인수 건도 올해 29건으로 지난해 21건보다 8건(38.1%)이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출처/신세계
 
이마트 품에 안긴 이베이
 
올 한해 M&A 시장에서 가장 큰 빅딜은 신세계(004170)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꼽힌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주관한 이베이코리아 인수 본입찰에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통해 입찰에 참여했다. 이후 네이버가 인수전에서 물러나면서 신세계(이마트(139480))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3000만원에 단독 인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지분 인수를 승인했다. 
 
지난 2000년 한국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지마켓, 옥션, G9 등을 전개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약 18~20%, 쿠팡(14%), 이베이코리아(12%) 수준이다. 기존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부문 SSG닷컴 점유율은 약 3~4% 수준에 그쳤는데, 올해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며 업계 2위에 해당하는 파급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넷마블이 인수한 소셜카지노게임사 스핀엑스. 출처/스핀엑스
 
스핀엑스 인수로 몸집 커진 넷마블
 
넷마블(251270)은 지난 8월 홍콩의 글로벌 소셜카지노게임사 스핀엑스의 지주사 ‘레오나르도인터랙티브 홀딩스’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21억9000만 달러로 2조6000억원 이른다. 이는 국내 게임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 딜이다.
 
2014년 출범한 스핀엑스는 캐시 프렌지(Cash Frenzy), 잭팟 월드(Jackpot World) 등 소셜카지노 게임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선보인 게임사다. 모바일 소셜카지노 분야의 글로벌 3위 사업자다. 지난해 매출은 47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하며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넷마블은 스핀엑스 지분 인수를 위해 전체 인수 대금 중 1조7700억원 이상을 차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막대한 실탄을 쏟아낸 넷마블은 스핀엑스를 통해 글로벌 소셜 카지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게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어 대우건설 품은 중흥그룹
 
이달 초 중흥그룹은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047040)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는 중흥그룹이 재입찰 과정에서 써냈던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마치면 대우건설은 11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6조6000억원에 사들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4년 만에 되팔았다. 이후 KDB산업은행이 지난 2018년 재매각에 나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9일 만에 무산된 바 있다.
 
재계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공정자산총액은 9조8470억원, 중흥그룹은 9조2070억원에 그친다. 합병과 함께 중흥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을 단순히 더해보면 19조540억원으로 재계순위 20위 수준에 해당한다.
 
출처/DL케미칼
 
DL케미칼, LBO로 미국 크레이튼 인수
 
DL그룹의 인수합병 행보도 돋보였다. 올해 DL케미칼은 글로벌 석유화학 업체 크레이튼의 지분 100%를 16억달러(1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특히 DL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금융기관으로부터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활용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택하면서 관심을 받았다. DL케미칼은 옛 대림산업이 DL(000210)DL이앤씨(375500)로 인적분할한 뒤 DL에서 석유화학사업부가 물적분할한 형태다.
 
크레이튼은 고부가가치 기능성 제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스티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최상위권 사업 지위를 갖는다. SBC는 위생용 접착제나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5세대(5G) 이동통신 케이블 등에 활용되는 첨단 소재로 통한다.
 
앞서 DL그룹은 지난 2019년 크레이튼의 의료 소재 합성고무 사업 부문(카리플렉스)을 떼어 약 6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올해 들어 석유화학 분야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나머지 회사 전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를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케미컬 기업으로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라라랜드'.
 
콘텐츠 왕국 '엔데버' 품은 CJ ENM
 
CJ(001040)의 공격적 M&A 본능이 다시 살아났다. CJ ENM(035760)은 지난 11월 미국 독립 콘텐츠 스튜디오인 엔데버 콘텐츠(Endeavor Content Parent, LLC) 지분 8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9150억원이다. CJ ENM의 미국 현지 특수목적법인(CJ ENM USA INC.)이 설립한 CJ ENM USA 홀딩스가 엔데버 콘텐츠 파트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IMG 월드와이드와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다. CJ ENM은 CJ ENM USA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7만9211주(100%)를 취득하는 형태로 자금을 댄다.
 
엔데버는 글로벌 흥행작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널리 알려진 업체다. CJ ENM은 엔데버를 활용해 멀티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글로벌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CJ의 공격적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현 CJ 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4대 성장엔진인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