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 최고…부채부담 어쩌나
잔존 만기 10년 이상·적립이율 4.5% 이상 보험 비중 56.9%
2023년부터 보험 부채 시가 평가…부채 증가 가능성
공개 2021-12-27 09:10:00
사진/푸르덴셜생명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푸르덴셜생명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은 새 회계기준에 더욱 취약한데, 보험업계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이 장기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3년 IFRS17이 적용되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클수록 부채 부담이 커지기는 탓에 푸르덴셜생명의 자본 관리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장기 고금리 확정형 보험 비중은 56.9%다. 업계 평균인 27%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보험료적립금을 기준으로 잔존 만기가 10년 이상이면서 적립이율이 4.5% 이상인 상품을 기준으로 장기 고금리 확정형 보험 비중을 계산했다. 생명보험사들은 과거 적립금이율이 7% 수준인 고금리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올해 6월 말 기준 적립이율이 4.0%, 운용자산이익률이 3.1%로, 이미 금리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라며 “적립이율이 4.0%를 넘어가게 되면 평균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저금리 상황에서 부담이 높은 상품으로 알려진 저축성 보험과 함께 보장성 상품도 장기 고금리 확정형 보험 상품으로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보장성 상품 중 보증 옵션으로 최저 이율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장성 상품도 저축성 상품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 이를 모두 장기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분류했다”라고 덧붙였다.
 
장기 고금리 확정형 보험 상품은 흔히 ‘빅3’라고 불리는 대형 생명보험사 위주로 많이 팔렸다. 올해 3월 말 기준 삼성생명(032830)의 장기 고금리 확정형 보험 비중은 28.6%로 업계 평균을 살짝 넘겼고, 한화생명(088350)과 교보생명은 각각 31.8%, 35.5%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이와 비교했을 때, 푸르덴셜생명의 장기 고금리 확정형 보험 상품 비중은 월등히 높다.
 
올해 상반기 기준 푸르덴셜생명 수입보험료 구성을 보면, 보장성 보험이 46.1%로 가장 많다. 이어 변액보험이 32.7%, 저축성 보험이 8.1%로 나타났다. 보장성 보험 중에서도 사망을 담보로 하는 종신보험 비중이 80%로 크다. 높은 종신보험 비중으로 푸르덴셜생명의 부채 듀레이션이 업계 평균 대비 길고,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94.4%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적립이율은 5.16%, 운용자산이익률은 4.86%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금리 차가 0.30%p 발생했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했던 이자보다 보험사의 운용이익률이 낮으면 보험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사의 높은 장기 고금리 확정형 보험 비중은 오는 2023년부터 적용되는 IFRS17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존 회계 방식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미래의 현금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는데,  IFRS17은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IFRS17 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기준금리보다 높은 금리 시점에 판매한 보험 상품에 대한 보험금이 부채로 반영되면서,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장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들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많아 부채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보험사들은 내년부터 내부적으로 IFRS17 회계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발 앞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나서기 위한 전략이다.
 
푸르덴셜생명은 높은 장기 고금리 확정 보험 상품 비중에 대해 우려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에서 바라보는 부채 부담이 높은 상품은 저축성 상품으로, 종신보험 비중이 높은 푸르덴셜생명은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고금리에 대한 기준도 4.5%보다는 더 높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위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금리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푸르덴셜생명이 판매하는 종신보험은 지난 1일 기준 2.27%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무배당 종신Plus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은 2016년 이후 가입자의 경우 1.0%를 적용하고 있다.
 
자본 여력에 대한 부담감도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재무 건전성 지표인 푸르덴셜생명의 RBC(지급여력)비율은 368.7%로 업계 평균인 272.9%를 상회했다. 같은 기간 안전자산 비중도 88.2%로 나타났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전자산 위주의 운용을 통해 자산 건전성, 자산수익률 등은 업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보험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유지하고 있으며, IFRS17 대비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