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두산인프라, 불도저 타고 북미 진격…실적 개선 신호탄
북미 딜러사와 불도저 100대 사전 계약…"딜러사들, 불도저에 큰 관심"
"2025년 불도저 시장, 작년보다 21% 성장할 것"
공개 2021-12-08 16:48:02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현대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지주(267250)) 계열사가 된 이후 첫 신제품으로 ‘불도저’를 출시했다. 이미 북미 지역 딜러사와 상당량의 수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불도저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첫 선을 보인 10t급 불도저. 사진/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8일, 북미 딜러사들과 100대 이상의 10t급 불도저 공급에 대한 사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서 약 120개 딜러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딜러 미팅에서 체결된 것으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이 자리에서 신제품인 10t급 불도저를 처음 공개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많은 북미 딜러사가 불도저에 관심을 보여, 미팅 자리에서 바로 사전 계약이 성사됐다”라며 “내년부터 군산공장에서 불도저 계약 물량에 대한 생산을 시작해 3분기 중 딜러사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신제품 10t급 불도저는 경쟁사 제품보다 높은 엔진 출력이 약 16% 높다. 후방을 확인할 수 있는 리어뷰 카메라(rear-view camera) 탑재로 작업 시 더욱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안전성과 작업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강점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번에 새로 출시한 불도저는 3D 기반 토공판(blade) 자동 제어 시스템을 통해 경사면에 따라 토공판이 자동으로 제어돼, 불도저의 핵심 기능인 평탄 작업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라며 “중복 작업을 감소시켜 작업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물론 연비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신제품으로 불도저를 택한 것은 국토가 넓은 북미 지역 등의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 대부분 굴착기와 불도저가 함께 사용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판매하던 굴착기에 더해 불도저까지 사업영역을 넓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전략이다.
 
영국의 건설기계 전문 조사기관 오프하이웨이리서치에 따르면, 불도저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2만2847대가 팔렸으며, 이중 북미 시장 판매량은 전체의 36%에 달했다. 글로벌 불도저 판매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25년에는 2020년보다 21% 성장한 2만7728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이번 불도저 출시로 굴착기, 휠로더 등 제품 라인업 다변화를 통한 북미 시장 내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이에 따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불도저 제품이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3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작년보다 44% 이상 줄어들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헝다 이슈로 인한 부동산 경기 위축에 3분기 굴삭기 판매량이 32% 감소, 중국 매출은 76.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건설·부동산 시장 반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에서 추정한 올해 4분기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3.96% 감소한 1조175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7.6% 줄어든 400억원에 그쳤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대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2022년 말로 예정된 배기 규제 강화 등에 힘입어 선수요가 기대됨에 따라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특히 중국 시장 비중이 줄어든 부분을 북미/유럽, 신흥/한국 시장과 엔진 부문에서 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국산 굴삭기는 주요 선진국과 신흥시장에서 양호한 수요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미국은 인프라 법안 통과가 긍정적이고 유럽도 코로나 이슈에서 회복되며 수요 확대가 기대돼, 3분기에 바닥을 보인 후 실적이 다시금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