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모나미, 화장품 신사업 실효성 도마 위
모나미, 화장품 사업 진출…펜슬 타입형 색조제품 공략
업황 악화로 매출·영입이익 하락세…화장품으로 신규 먹거리 도전
OEM·ODM 투트랙, 레드오션 경쟁력 관건
공개 2021-12-02 08:55:00
출처/모나미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문구업체 모나미(005360)가 새 먹거리를 찾아 화장품사업에 진출했지만 실효성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모나미는 최근 연이어 화장품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정관변경에 실패했음에도 공장 신축공사를 진행하며 신사업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회사는 화장품 사업으로 침체에 빠진 문구 업황 분위기를 전환하겠다는 목표지만, 이미 화장품 업계가 ‘레드오션’인 데다 뚜렷한 경쟁력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모나미는 지난 8월 물류창고 확장 및 생산시설 신축 투자에 196억원을 투입했다. 이 중 일정부분은 화장품 공장 신축공사를 위한 비용으로 집행됐다. 모나미는 삼일기업공사와 경기도 용인이 처인구에 188억3000만원 규모의 화장품 공장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신사업 진출을 알렸다.
 
1967년 출범한 모나미는 문구 사업을 비롯해 컴퓨터소모품 사업 등을 영위한다. 모나미는 국내 대표 문구 기업으로 수십 년간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지만, 취학아동이 줄어드는 등 최근 소비층이 감소하면서 업황이 침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며 문구 소비가 더욱 줄어들자 타격도 커졌다.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018년 1352억원→1320억원→1278억원으로 하락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9억원→21억원→0.4억원으로 매출과 추세선을 함께 했다. 이와 함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5.12%→1.59%→0.03%로 0%대까지 밀렸다.
 
설상가상 신규 도전장을 내민 ‘교육’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분위기 전환은 실패로 돌아갔다. 2019년 1월 모나미는 모나미교육법인모나르떼를 설립하며 교육 사업에 발을 들였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매출 3억9000만원, 순손실 8억9000만원을 입는 등 사업에 어려움을 겪자 올해 초 종속기업을 청산했다.
 
업황 악화일로에 모나미는 유형자산을 팔면서 살길을 마련했다. 지난 2월 모나미는 재무구조 개선 및 현금 확보 차원에서 경기도 용인시 물류창고를 830억원에 매각했다. 3분기 말 기준 모나미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50억원으로 전년 동기(245억원) 대비 124% 늘어났다. 실탄을 확보한 모나미는 동아줄로 ‘화장품’을 잡았다.
 
모나미의 화장품 사업 진출설은 지난 2019년부터 흘러나왔다. 이후 이듬해인 2020년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 및 판매, 화장품 및 화장용품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자 정관변경을 시도했지만, 의결권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바 있다. 이어 모나미는 올해 3월에도 재차 정관변경을 시도했지만, 또다시 승인이 멀어졌다. 모나미는 2년 연속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공장신축 작업에 돌입하며 화장품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모나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화장품 사업은 당사 정관의 사업목적 중 ‘전 각호에 부대되는 사업’에 해당하는 수준에서 영위되고 있다”라면서 “차년도 개최되는 정기주총에서 정관변경 의안이 상정된다는 전제하에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나미는 화장품 중에서도 기초 스킨케어보다는 ‘색조’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나미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미 그룹 내 화장품개발(색조 벌크개발, 제품개발, 품질개선 등) 담당조직을 갖추고 연구개발(R&D)을 이어오고 있다. 모나미 측은 필기구를 60년 넘게 만들면서 축적한 색조 배합 노하우로 색조 화장품 시장을 뚫겠다는 목표다. 그중에서도 펜슬 타입형 화장품으로 꼽히는 아이브로우, 아이라이너, 립 라이너 등이 주력이다. 모나미는 화장품 부문 차별화를 위해 ODM(제조업자개발생산)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투트랙 전략을 취할 예정이다.
 
다만 모나미의 신사업 전망과 관련해 화장품 업계에서는 아직은 ‘물음표’라는 반응이 짙다. 국내 화장품 OEM/ODM 시장은 현재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3개사가 50~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ODM 사업은 높은 R&D 역량이 요구돼 사업 문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제조업자 개발(설계)생산으로 일컬어지는 ODM은 바이어에게 제품을 제시하고, 이를 생산하는 형태다. 주문을 받아 단순생산 후 납품하는 OEM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방식으로 기술력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모나미는 화장품 제조업자 설계생산에서 ‘신생’이다 보니 기술력 문제와 함께 고객사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로 화장품 업계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외부 상황도 변수다. 실제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색조 화장품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클리오, 토니모리 등 대다수 기업이 매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화장품을 생산하는 OEM·ODM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코스메틱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모나미가 문구 제조 분야 기술력을 갖고 있다곤 하지만, 색조 화장품 영역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라면서 “본업과 얼마나 시너지를 발현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