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골프 힘주니 '본업 흔들'…성장동력 찾을 수 있나
골프 아쿠쉬네트 매출·영업이익 각각 전년 대비 큰 폭 증가
최근 주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반 토막 상태…위드코로나 기대감 미미
전성기 기저효과 원인…성장을 잇는 히트아이템 부재도 우려
공개 2021-11-24 09:30:00
출처/휠라홀딩스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어글리슈즈'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휠라가 또다시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코로나19 의류시장 침체에 전성기 대비 기저효과가 더해져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 수록 본업에 대한 우려감이 더해지는 휠라가 시들어가는 성장동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골프시장 경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패션 부문 브랜드 가치 회복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휠라홀딩스(081660) 매출은 2조9347억원, 영업이익은 46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5%, 71%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효자 ‘골프’ 역할이 컸다. 3분기 누적 아쿠쉬네트 부문 매출은 1조9533억원, 영업이익은 31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137% 성장했다.
 
휠라는 지난 2011년 KDB산업은행에서 인수금융 5억 달러를 융통하고 6억2500만 달러(7180억원)를 투입해 아쿠쉬네트를 12억2500만 달러(1조42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휠라의 아쿠쉬네트 지분율은 약 51%다. 아쿠쉬네트 인수 이후 휠라의 사업 구조는 패션과 골프로 이원화됐다. 지난해 아쿠쉬네트 매출은 약 1조9000억원으로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휠라(패션)가 40%, 아쿠쉬네트 60%에 달했다. 증권업계는 2022년에는 아쿠쉬네트가 휠라홀딩스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5%, 영업이익 비중은 58%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프가 본업 패션을 능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골프 호황에도 미래의 기대감을 나타내는 ‘주가’는 국면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날 종가 기준 휠라홀딩스 주가는 3만7150원으로 코로나 이전 2019년 8만원 대 중반 대비 반토막 넘게 떨어진 상태다. 올해 들어 패션기업들이 위드코로나 리오프닝 기대감을 타고 주가가 회복세로 달려가는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원인은 패션 본업이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휠라는 앞서 2017년 ‘디스럽터2’를 20년 만에 재출시하며 글로벌 돌풍을 일으켰다. 투박한 감성의 소위 ‘어글리슈즈’가 복고 및 레트로(Retro) 열풍과 맞물려 국내외에서 1000만 켤레가 팔려나갔다. 실적도 빠르게 성장했다. 2016년 매출 9671억원에서 이듬해 2조5303억원→2018년 2조9546억원→2019년 3조4504억원으로 절정을 맞았다. 디스럽터2 열풍으로 영업이익증가율은 2016년 –85.31%에서 2017년 1737%로 완벽한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빠르게 변하는 패션시장 속에서 휠라의 고속 성장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디스럽터2를 이을만한 후속상품 부재 및 기저효과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휠라 패션 부문 매출은 크게 한국, 미국, 로열티 수익으로 나뉜다. 이중 해외 매출만 약 60%에 달하는데, 특히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미국시장에서 민감도가 컸다. 휠라는 한국과 미국에서 브랜드 사업을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두 나라는 브랜드 요충지로 꼽힌다. 미국법인은 2018년과 2019년 전년 대비 매출성장률만 각각 46%, 23%에 달했다. 미국매출은 2018년 503억원에서 2019년 620억원으로 정점을 찍다가 지난해 510억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78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크게 내려앉았다.
 
출처/아쿠쉬네트홀딩스
 
한국시장 그래프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휠라코리아 매출은 중국(디자인수수료 매출) 실적을 포함해 공시되는데, 중국 매출을 제외한 순수 내수 매출은 2018년 4770억원, 2019년 5740억원에서 지난해 4810억원 수준으로 꺾였다. 휠라는 지난해 부랴부랴 한국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원브랜드 리스크를 탈피하기 위해 ‘논 휠라’ 확대가 필수였던 만큼, 휠라코리아 내 ‘라이선스 사업부’를 신설하며 브랜드 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휠라는 2019년 '스타터'와 '쥬욕' 등 미국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국내 사업권을 따내고 무신사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케즈'의 판권도 가져왔다. 다만 아직 이들 라이선스 브랜드는 휠라코리아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의 3번째 축인 로열티 부문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브랜드 차원에서 휠라의 추세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로열티 부문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휠라는 조인트벤처 형태로 진출한 중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라이선스 형태로 매출을 수취한다. 각 나라의 유통 사업자들에게 휠라 브랜드 사업 및 판매를 일임하고 로열티 수수료로 매출을 올리는 형태다. 로열티 매출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1%→22%→19%에 달한다. 로열티 수입은 매출원가 등이 소요되지 않고 순익으로 곧장 인식돼 영업이익 100%라는 점에서 휠라의 알짜배기 수익원으로 꼽혀왔지만, 향후 브랜드 가치 하락 시 수수료 매출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현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휠라홀딩스는 ‘디스럽터2’ 이후 별다른 히트아이템이 없는 상황인데, 브랜드력이 약해지면 급격한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면서 “향후 글로벌 사업에서 브랜드 인지도 재확보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휠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디스럽터2’가 워낙 메가히트였던 터라 그만큼의 수치로 나오는 제품이 없을 뿐이지, 현재 다양한 카테고리별 반응 좋은 상품이 존재한다”라면서 “퍼포먼스 러닝화 등 의미 있는 제품들은 지속적으로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