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SK하이닉스, 중국 공장 EUV전환 차질 빚나
"국내서도 2~3대 보유한 EUV장비 중국 논의는 시기상조"
공개 2021-11-18 16:40:47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SK하이닉스(000660)의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 첨단화 계획이 미·중 갈등으로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중국 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 계획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부인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라면서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우려해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개량 작업을 반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이천 M16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 EUV 노광 장비 등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허용하지 않아 왔다. 중국군의 현대화를 돕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군사력 증대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EUV 노광 장비는 반도체 산업에서 초미세공정의 핵심 기술로 꼽히며, 나노(1nm) 경쟁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장비 가운데 하나다. 특히 EUV 장비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기업 AMSL이 단독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력에 한계가 있어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모든 반도체 기업들이 장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 장비를 도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 6월 이후 ASML의 EUV 장비의 중국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올해 2월 초 약 4조7500억원을 들여 10나노급 미만 반도체 생산을 위해 ASML의 EUV 노광장비를 구매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는 경기도 이천 M16 공장에 EUV 장비 2~3대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D램 물량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세계 시장점유율에서도 15%에 달하는 양이다. 이외에도 우시 지역에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생산설비를 운영 중이다.
 
외신에서는 SK하이닉스가 최근 ASLM으로부터 도입하는 EUV 장비를 우시 공장에 도입하는 것 때문에 현대화 과정에서 미·중 갈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외신은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로 공정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비용 절감과 생산 속도 개선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라면서 “반도체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미·중 갈등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EUV 설비 도입은 국내에 우선적으로 도입되는 만큼 중국 공장에 EUV 장비를 전환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에서도 EUV 장비 도입은 초기 단계에 그치고 있고, 글로벌에서도 아직 보편화된 단계가 아니어서 중국 공장까지 적용하기에는 이르다”라며 “이전부터 EUV 장비 도입과 관련한 얘기는 많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