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인사에 쏠리는 눈…성과로 본 유력 2인자는 누구?
구광모식 실용주의로 변화 추구할 가능성 높아
공개 2021-11-22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정기 임원 인사 시즌을 맞은 기업들이 대규모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예상되는 LG(003550)그룹은 최근 그룹 내 2인자로 불렸던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핀셋 인사를 단행하자 그 뒤를 이을 인사로 누구를 내정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자리를 누가 맡느냐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그리는 사업이 어디에 초점이 맞춰지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LG가 이달 말쯤 인사를 단행해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빠른 인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취임 4년 차를 맞은 만큼 권영수 부회장처럼 그룹의 중심을 잡아줄 인사를 낙점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은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 부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선임했다. 이에 LG도 공시를 통해 기존 구광모, 권영수 대표이사 체제에서 구광모 단독 대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그간 재계에서는 LG그룹이 다소 보수적 인사전략으로 인해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인사를 단행해오며 순혈주의 색깔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23명의 외부 인재를 수시로 영입해 가장 많은 외부 인사를 받아들이면서 LG의 보수적인 분위기 쇄신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도 ‘실용주의’와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조 아래 나이와 성별, 출신에 상관없이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면 LG그룹의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파격 인사로 자신만의 경영 방침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가 관심사다. 현재는 구 회장 단독 체계로 돼 있지만 통상 지주회사는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포스트 권영수를 찾을 것이란 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COO 자리는 전통적으로 그룹 총수를 보좌하면서 그룹의 주요 투자나 전반적인 성장동력을 발굴하며, 그룹의 핵심 의사 결정을 내리는 등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로 꼽힌다.
 
현재 LG COO에 거론되는 인물은 신학철 LG화학(051910) 대표이사 부회장, 권봉석 LG전자(066570) 대표이사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034220) 대표이사 사장,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 사장 등이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사업성과를 내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변화 기조에 맞춰 승진과 함께 구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사진/각사
 
LG그룹은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작은 변화를 주도해 왔지만, COO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파격 인사를 통한 변화를 추구한다면 외부 인사가 이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LG가 주력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전장, 배터리 등 분야 확대를 위한 승진 인사도 예상된다.
 
먼저 실용주의에 의한 실적 위주의 성과를 본다면 정호영 사장이 우세하다. 정 사장은 전형적인 LG 인사로 2019년 9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올레드(OLED)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2019년 영업손실 1조3594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상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났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 대형올레드사업에 집중하면서 생산량을 늘렸고 이듬해인 2020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29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대폭 줄였고,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1조2240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흑자전환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책임경영과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분명히 한 구광모식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던 만큼 승진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봉석 사장 역시 LG로 입사한 인물로 2019년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뒤를 이어 에 LG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LG전자는 2020년 연결기준 매출 63조2638억원, 영업이익 3조1918억원을 기록해 2019년과 비교해 각각 1.5%, 31% 늘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LG전자 MC사업본부가 2019년 영업손실 1조원대를 기록했고, 2020년에도 영업손실 8000억원대를 내며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신학철 부회장과 홍범식 사장은 구 회장이 영입한 대표적인 외부 인사다.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신 부회장은 2018년 구 회장 취임 이후 합류해 LG화학의 실적 개선 뿐 아니라, 배터리 사업 분사 등 그룹의 체질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은 2019년 연결기준 매출 27조3531억원, 영업이익 8254억원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전년 대비 각각 9.9%, 117.8% 상승하며 실적 개선이 이어졌고 올해도 상반기까지 매출 21조1062억원에 영업이익 3조5480억원을 올리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3분기에 LG에너지솔루션의 GM리콜 사건으로 인해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9.6% 줄어든 7266억원을 거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홍 사장은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이사 출신으로 신 부회장과 함께 2018년 입사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LG마그나 설립,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등 LG그룹의 굵직한 사업 재편을 맡은 인물로 전해진다. 지주사 격인 LG 역시 계열사의 고른 성장으로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LG그룹의 한 직원은 <IB토마토>에 “LG그룹 내부에서는 그간 보수적 인사로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이번 정기 인사에서 대규모 변화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2019년 사장단 워크샵에 참석한 구광모 LG 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 모습. 사진/LG전자
 
구 회장이 강조한 성과 위주의 인사 방침을 본다면 하마평에 오른 4인 모두 후보군에 오를만하다. 관건은 변화에 초점을 두게 될 경우 신 부회장과 홍 사장처럼 외부 인사가 그룹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LG에 입사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정 사장과 권 사장 역시 세대교체를 위한 승진 인사를 염두 해 둘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계열 분리들을 위한 소폭 인사가 있었지만, 올해는 계열 분리가 끝났고 권 부회장이 자리를 옮김에 따라 주요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COO 자리에 앉힐 가능성이 높다”라며 “누군가 공석인 자리를 메꾸면 당연히 빈자리가 생기게 될 것이고 또 그 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하는 만큼 외부인사 영입과 과감한 조직개편 등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