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도 힘든 KB캐피탈, 2위 타이틀 무색…경쟁력 대수술 시급
레버리지 한도 9.0배…내년 금융당국 규제 대상
편중된 자동차금융 자산…건전·수익성에 악영향
공개 2021-11-12 09:30:00
서울 여의도 KB금융 본사. 사진/KB금융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KB캐피탈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본확충과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레버리지 한도를 9.0배로 조정함에 따라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만 KB캐피탈은 레버리지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린다. 편중된 자동차금융 자산으로 건전성 지표는 업계를 겨우 따라가고 있고 수익성은 평균에도 못 미쳐 업계 2위의 타이틀이 무색한 상황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캐피탈사들의 유상증자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총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최근 3년(2018~2020년) 평균 자본확충 규모인 6000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캐피탈사들이 대규모로 자본확충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이 오는 2025년까지 점진적으로 레버리지 배율을 줄이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캐피탈사 등 비(非) 카드사들은 레버리지 한도를 10배에서 내년에는 9배로, 2025년 이후에는 8배로 조정해야 한다. 레버리지배율은 기업이 어느 정도 타인자본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자기자본 대비 자산 비율을 나타낸다.
 
계열의 재무적 지원 여력이 우수한 은행계 캐피탈사들은 올해 총 1조35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신한캐피탈은 1500억원의 유상증자와 1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총 3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진행했고, 하나캐피탈도 2000억원의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발행했다.
 
지주의 재무적 지원 덕에 금융당국 규제 우려가 있던 은행계 캐피탈사들은 레버리지 문제에서 벗어났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총 4000억원의 자본확충을 통해 작년 말 기준 9.5배였던 레버리지 배율이 올해 상반기 기준 6.9배로 낮춰졌다. 같은 기간 NH농협캐피탈도 2000억원의 자본확충으로 8.9배에서 6.8배로 조정됐다.
 
은행계 캐피탈사들이 적극적인 자본확충으로 레버리지 한도를 낮추고 있는 가운데 KB캐피탈은 아직 자본확충을 진행하지 않았다. KB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기준 레버리지 배율은 9.0배로 업계 평균인 7.4배보다 높은 수준으로, 내년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KB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확충을 위한 방안을 계획 중으로,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레버리지 배율이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B캐피탈은 자산건전성도 업계 평균을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다. KB캐피탈은 업계 내 2위에 있음에도 올해 상반기 기준 요주의이하자산비율과 연체율이 각각 3.4%, 1.1%로, 업계 평균인 3.4%, 0.9%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상품별 건전성 지표를 살펴보면, 주요 자산을 차지하는 자동차금융에서 열악함이 두드러졌다. 재규어·랜드로버 수입차 딜러사에 대한 재고금융 여신 약 320억원이 ‘요주의’로 분류돼 있어 수입차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이 9.7%로 높다. 이어 상용차(6.5%)와 중고차(5.1%) 순으로 나타났다.
 
운용수익률 역시 열악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캐피탈의 운용수익률은 5.6%로 전년 동기 대비 0.2%p 하락했고, 업계 평균인 6.0%보다 낮은 수준이다.
 
KB캐피탈이 건전성과 수익성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편중된 자동차금융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주요 영업자산을 살펴보면, 신차 할부와 오토리스 등 자동차금융은 8조9739억원 규모로 전체 70.2%를 차지한다. 이어 개인금융이 15.5%, 기업금융이 13.2%, 투자금융이 1.1%를 차지한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도 전체 영업자산 중 자동차금융이 75%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차(005380)·기아(000270)차와 연계 영업을 통해 확고한 시장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 심화로 인한 운용수익률이 5.7%로 업계 평균 대비 다소 떨어지지만, 기존 자동차금융고객을 대상으로 소비자금융으로 끌어들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KB캐피탈은 신차 취급이 줄어들면서 KB차차차를 활용해 중고차 비중을 확대하고, 기업금융 자산을 늘리는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드 업계에서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자동차금융 관련 자산을 확대함에 따라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캐피탈업계는 자동차금융 비중을 축소하는 추세다. 실제 업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나캐피탈은 자동차금융 자산을 확대함과 동시에 소비자금융과 기업금융, 투자금융 자산을 늘림으로써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캐피탈은 지난 2019년 전체 영업자산 중 51%를 차지하던 자동차금융이 올해 상반기에는 42.8%로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소비자금융은 11.7%에서 15.9%로, 기업금융은 24.7%에서 31.9%로, 투자금융은 6.4%에서 9.4%로 늘었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이전부터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기 때문에 자동차금융 비중이 크게 줄어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자동차금융의 강점은 그대로 가져가되,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을 확대해 포트폴리오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