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조원 예상…컬리 내년 매출에 쿠팡 PSR 대입새벽배송 업계 원조 사업자…지방 사업 확대로 성장성 노려김슬아 대표 낮은 지분과 재정상태 등은 향후 우려 요인
'새벽배송'이라는 무기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레이스가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160조원에 이른다. 특히 과거 패션이나 도서 등 비식품 위주 전자상거래에서, 이제는 소매시장 비중이 큰 식품(그로서리) 비즈니스로까지 온라인화 가속도가 붙는 상황이다. 이 바람을 타고 빠른 성장세를 보인 국내 대표적인 그로서리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은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하고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상장 행보에 나섰다. <IB토마토>는 SSG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의 치열해지고 있는 상전전(戰)에서 누가 성공할 수 있을지 각 사별 IPO 전략과 기업가치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지난 3월 김포물류센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변세영 기자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새벽배송 업계 일인자 마켓컬리가 본격적인 상장 채비에 나섰다. 향후 유동성 문제로 기업공개(IPO) 상황에 변동성이 우려되는 데다 관련 업체들의 상장 소식이 하나둘 잇따르면서 마켓컬리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마켓컬리의 몸값을 5조원으로 보고 있지만, 재정상태나 경영권 위협 소지가 큰 대표이사의 지분율 등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다는 점에서 몸값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적정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IB업계에 따르면 장보기 서비스 마켓컬리를 전개하는 주식회사 컬리는 최근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건을 공동 대표주간사로 선정했다. 앞서 컬리가 지난 7월 국내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언급한 뒤 수개월이 지나서야 첫걸음을 겨우 뗀 셈이다. 특히 SSG닷컴과 오아시스마켓이 기업공개 진척을 보이면서 컬리의 지지부진한 IPO 과정이 더욱더 대비됐다. 이에 대해 컬리 측은 딜로이트안진을 지정감사인으로 선정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선행하느라 시간이 소요됐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다. 제품의 품질을 높임과 동시에 큐레이션에도 공을 들여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성장은 실적에서 증명됐다. 매출은 설립 첫해 30억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9523억원으로 약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폭풍 성장기를 썼다. 특히 컬리를 시초로 SSG닷컴, 쿠팡 로켓프레시 등이 하나둘씩 추가로 시장에 뛰어들며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커졌다. 컬리는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사업권을 넓히기로 했다. 기존 수도권 위주에서 올해 충청과 대구 지역으로 새벽배송 영역을 넓혔는데, 연내 부산과 경남으로까지 확장하며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업계 활황 속 새벽배송 창시자 타이틀을 가진 컬리는 그동안 기업공개에 대한 숱한 관심을 받아 왔다. 특히 올해 초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며 6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상황에서 컬리도 미국 상장을 고려한다는 외신 뉴스가 나오면서 기대감은 더욱 쌓여만 갔다. 당시 컬리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컬리는 돌연 미국 상장을 철회하고 국내 상장을 선택했다. 컬리가 성장한 한국에서 성장 과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IB업계가 보는 시각은 조금 달랐다. 쿠팡이 상장 후 미국 시장에서 지지부진한 상황인 만큼, 비용과 복잡한 과정을 감내할만한 메리트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비상장 회사가 미국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예탁원을 끼고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해 ADR(America Depositary Receipt, 미국주식예탁증서)로 거래를 해야 하는 터라 과정이 다소 까다롭다.
미국법인인 쿠팡과 달리 컬리는 한국법인이라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아울러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이 미국 상장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물론 국내 상장요건은 충분하다. 올해 3월 정부는 코스피 상장과 관련해 자본잠식 기업이라도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면 입성이 가능하게 기준을 완화했다. 아울러 시가총액은 기존 6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자기자본 요건도 2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낮췄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쿠팡 미국상장과 관련해 거래소 등에서 대대적으로 아쉬움을 표했고, 이를 막기 위해 상장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라며 "심지어 거래소 쪽에서 컬리 상장 문제로 직접 컨택까지 한 것으로 아는데, 이 상황에서 컬리가 압박을 뿌리치고 (미국에 상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으로 눈을 돌린 컬리는 지난 7월 곧바로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를 이어나갔다. 당시 마켓컬리는 기업가치 2조원 수준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컬리가 본격적인 기업공개 작업 전 몸값 펌핑을 위해 다시 한번 2000억~3000억원 투자유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컬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투자를 또 받으면 그만큼 김슬아 대표 지분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상장 전 추가투자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김슬아 대표 지분은 6.67%, 세콰이아캐피탈차이나 13.84%, 힐하우스캐피탈 12.03%, DST글로벌은 10.69%를 갖는다. 여기에 컬리가 올해 7월 Pre-IPO격 투자를 받으면서 김 대표의 지분은 지난해 말 대비 소폭 더 축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를 제외한 지분구성을 살펴보면 이들 모두는 FI(재무적투자자)로 엑시트가 목적이다. 김 대표 본인을 제외한 글로벌 지분 비율만 50%를 훌쩍 넘는 상황이다.
기업 딜에 정통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옐로모바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뒤 컬리 내 이상혁(옐로모바일 대표) 지분이 54%가 넘었다"면서 "(사업 초기모델에) 개인이 대표이사의 2배 지분을 갖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으로 첫 단추가 꼬여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추가 투자자들이 모이면서 일정 부분 지분이 정리돼 김 대표 지분이 소폭 늘어났지만, 계속 FI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또다시 희석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대표이사의 지분이 지나치게 낮으면 투자자들로부터 경영권이 휘둘릴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차등의결권이 금지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 등 매각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상장 후에도 대량의 오버행 물량이 흘러나와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 포인트로 꼽힌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컬리는 기존 투자자들이 계속 팔로잉하는 등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간 투자를 이어오고 있고, 앞으로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상장 후 오버행 이슈에 대해서는 보호예수나 다양한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컬리의 몸값은 얼마일까. 서울거래소에 따르면 비상장주식거래 시장에서 컬리는 주당 8만2000원, 시총 2조5050억원으로 평가받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 증권업계는 최근 마켓컬리의 몸값이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를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5조원이 산출된 배경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약 1조원이고 올해는 연간거래액(GMV)은 물론 매출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다음 이커머스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을 대입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쿠팡의 PSR은 2.8배인데, 이를 2.5배 수준으로 절삭해 대입하면 ‘5조원’이라는 기업가치 나오는 형태다. 다만 마켓컬리에 쿠팡 비율을 적용하는 게 맞냐는 주장도 있다. 양사 모두 직매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는 있지만 쿠팡은 종합몰 성격이 강한 반면, 컬리는 식품에 한정된 구조다 보니 GMV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다.
재정상태 역시 발목을 잡는 요소다. 지난해 기준 컬리의 부채총계는 전년 대비 87% 늘어났다. 여기에 결손금만 5545억원에 이르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물론 쿠팡 역시 자본잠식 상태지만, 이들은 투자금을 기반으로 수조원의 자본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적자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다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 K-GAAP 기준을 쓰다가 올해 공시부터 K-IFRS로 기준을 바꿨다"면서 "GAAP에서는 자본으로 인식되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들이 다 부채로 잡혀 부채가 늘어난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 후 이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그만큼 자본이 늘어나 괜찮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