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금융 확대하는 하나캐피탈…경쟁력에 의문부호
캐피탈 업계, 오토금융 경쟁력 갖춘 카드사에 이양
신용평가사 "캐피탈사 오토금융 운용수익률 하락"
공개 2021-11-09 09:30:00
하나캐피탈이 오토금융을 확대하면서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사진/네이버 지도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하나캐피탈이 오토금융(자동차금융)을 확대하면서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여타 금융지주계 캐피탈사는 금리 싸움에서 경쟁력이 있는 카드사에 해당 부문을 내주는 대신 경쟁 우위 부문인 기업·투자금융 등에 주력하는데 반해 하나캐피탈은 다른 행보를 보여서다. 캐피탈 업계는 오토금융 경쟁 과열에 따라 운용수익이 하락하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나캐피탈의 오토금융 자산은 1조1199억원으로 전년 동기 7680억원 대비 45.9% 확대됐다. 반면 신한캐피탈은 9억원, 257억원으로 사실상 오토금융 시장을 떠났다. 오토금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KB캐피탈 역시 동기간 2조4573억원, 2조7863억원으로 11.8%를 축소했으며 대신 KB국민카드가 관련 자산을 늘렸다.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10월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가 여신전문금융계열사 간 사업영역 조정에 나서면서 기업·투자금융을 전담하게 됐다. 당시 신한캐피탈은 9500억원 규모의 리테일 자산(오토금융, 중도금·전세자금대출)을 신한카드에 넘겼다. KB캐피탈은 전속인 쌍용자동차(쌍용차(003620))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점차 기업·투자금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문제는 캐피탈사는 카드사와 비교해 조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에서 연 0.75%로 0.25%p 인상하면서 시장금리 또한 가파르게 치솟고 있지만, 하나캐피탈은 올해 들어 3조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6조965억원 모집에 성공했다.
 
아울러 하나캐피탈을 비롯한 신한캐피탈, KB캐피탈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집계됐지만,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의 신용등급은 AA+, 하나카드는 AA로 산출됐다. CP 신용등급은 모두 A1으로 같았다. 신용등급은 회사채나 CP를 발행할 때 발행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즉 카드사가 금리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신한카드의 오토금융 자산은 3조7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3216억원 대비 12.7% 불어났다. 국민카드도 3조5025억원, 3조1626억원을 기록하며 10.8% 증가했다. 하나카드는 올해 들어 오토금융 취급을 시작했다. 오토금융 자산은 올 1분기 575억원에서 2분기 1392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여타 카드사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하나캐피탈이 오토금융 자산을 늘리고 있지만, 오토금융은 카드사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캐피탈 업계의 경쟁 과열에 따른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오토금융 시장의 운용수익률은 하락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융권은 카드사들이 카드할부 캐시백을 진행하면서 캐피탈사와의 금리 차가 0.5% 정도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우리금융캐피탈도 오토금융 자산을 늘렸다. 올 상반기 9786억원을 시현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6771억원과 비교해 44.5% 상승했다. 그러나 수익 측면에서 차이가 났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올 상반기 284억원의 오토금융 수익을 올렸지만, 하나캐피탈은 164억원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상반기 양사의 오토금융 수익은 각각 197억원, 114억원으로 도출됐다.
 
하지만 하나캐피탈의 이같은 행보는 연계영업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토금융 시장은 캐피탈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오토금융 확대 기조가 뚜렷한 캐피탈사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연계영업 진행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은 카드사용에 따른 혜택을 받기 위해 찻값의 일부를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토금융 자산이 증가하는 이유는 해당 부문 영업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오토금융 수익이 여타 부문에 비해 약소하지만, 자산 규모가 커지면 어느 정도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신장시키는 것이 가장 튼튼하게 이익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라며 “지주 차원에서도 리스크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끝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로써 조달금리는 기준금리 인상분만큼 상승할 수밖에 없지만, 상품 금리는 다르다”라며 “경쟁사들이 상품 금리를 먼저 올리지 않는 이상 앞장서서 조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 3분기 하나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1931억원으로 전년 동기 1271억원 대비 52% 증가했다. 동기간 신한캐피탈은 2089억원, 1350억원으로 55%, KB캐피탈은 1722억원, 1164억원으로 48%, 우리금융캐피탈은 1290억원, 890억원으로 45% 올라섰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